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라키 Feb 14. 2021

일을 잘한다는 것

나도 잘하고 싶다.

클럽하우스를 시작하고 틈틈이 좋은 내용이 있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역시나 퇴근 후에 자리에 앉아 들어갔다가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라는 주제로 모더레이팅 되고 있는 방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한참을 듣고 나왔다. 여러 사람들이 스피커로 올라와서 정말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과연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오래전부터 계속 의문으로 남아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들으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괜히 뿌듯하다가도 찔려서 뜨끔하는 부분도 있었다. 마무리가 되고 침대에 누워서 과연 나라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하고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봤다.


조직과 개인의 기준은 다르다.

그동안 적지 않은 회사들을 거치고 사람들을 겪어오면서 일을 잘한다고 느꼈던 혹은 인정받던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려봤다. 내가 느꼈을 때 혹은 주변에서도 인정을 받던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조직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씩은 '왜?'라는 의문이 생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평가를 하는 조직이 잘못되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마도). 단지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각 입장에서 생각하는 기준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능력은 제각각이다.

떠올렸던 각 개개인은 모두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업무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개개인의 성격이나 취향, 일하는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그럼에도 모두 일 잘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단지 해당 업무의 기술(나와 같은 개발자는 개발일 테고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 일을 잘했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전부터 생각이 들었던 거지만 일을 잘하는 것과 개발을 잘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숲을 함께 볼 줄 아는 능력

생각의 끝에 나름대로 정리한 결론은 나무와 함께 숲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무라 함은 업무의 기본 역량이다. 다른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본인의 업무 분야에 스킬이 없다는 것은 무쓸모다(직업을 잘못 고른 게 아닐까). 물론 뛰어날수록 좋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만 된다면 다른 능력이 더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숲이라 하면 간단히 말하면 큰 크림이고 다르게는 관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일이라는 게 함께 하는 것이고 잘한다는 것 또한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나 평가일 테니까. 그래서인지 클럽하우스에 나온 의견들도 대부분은 관계에 초점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좁게는 나와의 관계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이 관계 역시 중요하다. 슬프지만 일이라는 게 항상 늘어나거나 바뀌어대는 것이고 우습지만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나도 일을 하다 보면 결국 가장 많이 평가하게 되는 것이 내 코드다.


조금 더 관계를 키워보면 바로 근거리에서 일하는 혹은 같은 도메인의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일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대화하는데 쓰는 개발자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지금 바로 내 눈앞에 보이는 코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맞물려야 하는 톱니바퀴들을 잘 살피고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아무리 빨리 돌아봤자 잘 맞지 않으면 시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혹여나 운이 좋아 돌아가도 결국 시간은 틀어지게 되어있다.


관계는 회사 전체로 넓혀진다. 아무리 특정 분야에 치중된 회사라도 여러 분야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업무 분야를 벗어나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 특히나 리더일수록 위로 올라갈수록 이런 능력은 필수가 아닐까 싶다. 독고다이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끔 이를 간과하고 뛰쳐나간 개발자들이 회사를 차렸다가 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주 뛰어난 상위 1%(?)에 해당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보통 그런 경우에 기준은 그들에게 맞춰질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와 함께 일하고 있을 가능성도 1%이지 않을까...)


어찌 보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적이기도 하다. 각자의 역할이나 위치가 있고 그에 따라 판단이 된다. 한 십 년쯤 지났으려나,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때 당시 팀장님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사원은 대리, 대리는 과장, 과장은 부장, 부장은 임원, 임원은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한다."


사실 여러분이 회사의 주인이니 하면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라는 말들도 하지만, 역시나 말은 쉽다. 그렇다면 오너처럼 월급을 달라는 말도 괜히 나오진 않았을 터. 졸업도 안 한 20대 중반의 애송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의미에서의 일 잘 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난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다시 물어본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저 매번 이 맘 때쯤 물어보는 질문이나 다시 한번 해본다.

나 밥값은 하고 있는 건가?
작가의 이전글 일요일의 광어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