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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Feb 21. 2021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이석원 산문집 <2인조>

일주일에 한 번 병원 가는 날. 점심시간을 한 시간 늦췄지만 준비를 안 하고 있던 탓에 점심도 굶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날씨가 풀려서 추위는 살짝 사그라들어 있었고 생각보다 진료가 일찍 끝난 덕분에 생긴 짧은 여유가 더해져 그대로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던 찰나 교보문고를 지나고 있었고 마침 새로 읽을 책도 사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발길이 향했다. 서점에 들어설 때 나는 묵직하고 차분하면서도 왜인지 묘하게 기분 좋은 책 냄새가 느껴졌다. 오랜만이었다.


당연한 듯이 베스트셀러가 진열된 곳부터 들러서 찬찬히 책들을 살펴봤다. 그러다 익숙한 작가의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이석원 작가의 산문집 <2인조>였다. 오래전 읽었던 그의 책 <보통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봤다. 노란 덧표지 말고는 정확한 내용들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느낌은 남아 있었다. 그의 이야기지만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는 것. 책을 집어 들고 조금 읽어보다가 바로 구매를 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엔 나도 이런 적이 종종 있었다. 이걸 읽고 바로 책을 사버렸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작가의 1년을 시간순으로 기록한 일기에 가까웠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다녔지만 별 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며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 등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지나치게 세상의 인정이나 평가를 의식하고 남에게 나를 맞추면서 그 과정에서 나를 희생시킨 것. 그러다 보니 결국 중요한 나와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그게 화근이 되어 원인모를 병을 얻었다는 것을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생각과 경험들이 마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레 읽혀 내려갔다. 부분 부분 공감도 많이 되고 내 마음인가 싶은 내용들도 많아서 금세 책장을 덮었다.


나를 사랑하라는 그 흔하고 뻔한 말이 직접 겪고 깨달아 실천해가는 작가의 글에서는 형식적이지 않은 진솔함이 함께 느껴졌다. 마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나이인 오십. 그 나이를 가진 작가는 스스로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아직도 방황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지금 나도 이렇게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거나 고민하지 말라듯이. 이전의 책에서 느껴졌던 무언가가 비슷하게 다시 느껴졌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지만 우리와 같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 위로가 되길 바라며 조심스레 권해본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 이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수백 수천이 있어도, 그래서 내가 이 지구위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중 그저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 해도, 그런 평범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담담함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화단이 그저 평범한 꽃들로 채워진다 해도, 남들 것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그게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면 족한 마음.

그게 더 중요하다.

- 이석원 <2인조>, 평범성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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