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시작으로 얼마 전 넥슨발 연봉 인상부터 시작해 여기저기서 보란 듯이 연봉 인상과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소식이 한동안 계속됐다. 의사 변호사보다 개발자가 더 잘 나간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데다 여기저기 들리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그런 내용인걸 보면 나비효과가 꽤나 크게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직장 선택 기준의 부동의 1위가 연봉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직장인에게 연봉이란 어떤 의미이기에 이토록 민감하고 중요한 걸까.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일 것 같다. 물론 연봉이 능력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업계에서, 직장인으로서 나의 가치는 소위 말하는 몸값인 연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연봉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연봉이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내 능력과 기여에 대해 매기는 값어치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조사한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서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어서', '업무 대비 적은 연봉'이 절반을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단순히 적다는 불만이 아니라 연봉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인정, 그리고 능력에 대한 평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평가의 정당성과는 다른 이야기다.)
두 번째는 결국은 돈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2018년을 기준으로 삶의 행복도가 최고치가 되는 지점이 한화로 약 1억 정도라고 한다. 살짝 동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직장인의 대부분은 연봉이 늘어날수록 행복도 또한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워라벨이니 욜로니 하는 것들도 결국 먹고사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야 가능하고 그것들도 역시나 돈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화두가 되는 연봉 상승도 아마 이런 부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작 했어야 할 적정한 수준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든 실제로 그만큼 희소성이나 가치가 상승된 것이든 간에 여하튼 그만큼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문제는 연봉이 무엇인가 보다는 적정연봉이 얼마인가에서 발생한다. 물론 받는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이겠지만 회사와 개인 간의 입장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사는 입장에서는 좋은 걸 싸게 사고 싶어 하고 파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비싸게 팔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연봉협상이란 이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은 협상보다는 회사가 우위를 가지고 통보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이직을 제외하고는 협상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이슈들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회사가 먼저 나서서 직원들의 가치를 높여주었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직장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받아들여진 사례들까지. 아직은 일부에 불과 하지만 나 또한 직장인으로서 특히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 연봉은 중요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왔던 것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연봉은 시간이 흐른다고 그저 올라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내리든 오르든 그 제한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나의 능력으로 기여한 만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채용 프로세스로 뭔가를 결정한다기보다는 일단 먼저 보여주고 나서 받는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이직의 결과들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선택에 대한 후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자면 할 말이 많지만, 왠지 더 길어지기 전에 빠르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그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결론을 내리자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연봉이고 많이 받을수록 좋겠지만 연봉만 바라보고 쫒지도 말고 그렇다고 나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도 말아야 한다. 충분히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적정한 나의 가치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