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조회수 상한가 친 날
여느 날과 똑같은 오후, 일을 하고 있던 중에 브런치에서 알림이 하나 왔다.
"직장인의 연봉"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응? 화면을 눌러서 브런치를 실행했다. 맙소사 바로 전 주말에 썼던 글의 조회수가 그야말로 떡상 중이었다. 통계 화면을 새로고침 할 때마다 조회수가 수십 개씩 올라갔다. 무슨 일인가 찾아보니 글이 다음 포털 메인에 노출되고 있었고 그 덕에 조회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그 뒤로도 2000, 3000,... 점점 빠르게 알림이 하나씩 추가됐다. 기세는 다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져서는 조회수가 3만을 넘어서고 나서야 사그라들었다. 이전까지 전체 조회수를 다해도 2000이 되지 않았는데 노출의 효과는 그야말로 정말 어마어마했다.
계속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고 있노라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도 들었다. 노력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 주에 미리 써둔 글을 마무리만 했던, 그저 특별할 것 없는 내용에 큰 고민 없이 발행했던 글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글들에 비해 가볍게 썼던 글이 마침 그런 운을 누린 것이다. 3일 천하로 끝난 기분 좋은 해프닝을 겪고 나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몇 가지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글을 대중화시키려면 글을 잘 쓰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마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3만이 넘는 조회수의 원인은 글을 잘 썼거나 내용이 좋아서라기 보다 '포털 노출' 단지 그것뿐이었다. 노출된 이유도 아마 요즘 다들 민감한 연봉이라는 주제였고 제목부터 <직장인의 연봉>이었으니 누구나 한 번쯤 혹할 법하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난 글로 유명해진다거나 구독자를 늘린다거나 하는 목적이 없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그런 목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잡고 제목을 정하고 가능한 많은 곳에 노출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필요가 많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잘 쓸 필요가 있다.
엄청난 조회수에 비해 글에 대한 좋아요 수나 구독자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글로 뭔가를 이루려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리텐션이 중요하다. 즉 내 글을 좋아해 주고 계속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야 한다. 나처럼 잠깐의 이벤트는 혹할 만한 주제나 제목만으로도 가능할지 모르나 지속되기 위해서는 본질인 글 자체가 중요하다. 사실 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콘텐츠든 서비스든 결국은 잠깐의 마케팅보다는 본질적인 가치가 중요가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
이번에 올라가는 조회수를 바라보면서 혹시 또 언젠가는 하는 생각과 함께 누가 읽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내 글을 가장 많이 읽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나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내가 썼던 글들을 자주 읽는 편이다. 과거의 내가 궁금할 때도 있고, 마음을 다잡기 위함도 있다. 원래 조언이라는 게 남을 빌려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면서 남에게 하듯이 적어 놓은 글들이 따지고 보면 전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솔직한 글을 써야겠구나 하는 다짐도 같이 하게 됐다.
뜻밖에 찾아온 행운으로 3일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재미도 느껴보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이러저러한 생각들도 해볼 수 있었다. 아직도 꾸준히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쌓여 있는 지난 글 들로 힘을 얻어 평일의 요가처럼, 주말의 클라이밍처럼, 점심시간의 독서처럼, 글쓰기도 그렇게 또 하나의 취미로 습관으로 남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