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시간과 돈 쓰면서 알게 된 후회하는, 하나도 안 아까운 소비
요즘 유튜브 월급쟁이부자들을 열심히 구독 중이다. 어제는 몇 번 안 되는 경험으로도 치를 떨게 되는 경기도 버스를 타고 왕복 3시간가량 소요되는 이동을 해야 했었다. (백수 후 집순이 생활을 하는 나에겐 큰 이동이 있는 날임!, 그것도 GTX를 타는 것도 아닌 경기도 버스라니!) 버스를 타면서 휴대폰 화면이나 책을 보는 것은 멀미를 극대화하는 그야말로 자살 행위에 가까운 행동인지라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뭘 하면서 보낼까 하다가 월부(월급쟁이부자들) 동영상 중에 편하게 들을 수 있어 보이는 내용들로 선정하여 눈을 감고 귀에 집중해 보았다.
마침 그날 아침에 올라온 너나위님의 영상, '시간과 돈 전부 쓰면서 알게 된 후회하는 소비, 하나도 안 아까운 소비'라는 주제의 영상이 있어 재밌게 보았다? 아니 들었다. 인상이 깊었던 나머지 집에 돌아와서 스스로도 너나위님처럼 후회되는 소비, 하나도 안 아까운 소비가 무엇이 있었는지 한 번 되돌아보았다.
후회되는 소비
- 일회성으로 사라지고 마는 값비싼 식사
- 몇 번 쓰다 말게 되는 색조 화장품
- 비싼 코트
- 책(빌려 읽는 것을 더 선호)
- 영어 공부에 쓰는 돈(실제로 잘 안 함)
집에서 식사 준비는 95%가량 도맡고 있는 주부로서 외식, 외식이 아니어도 배달은 설레는 일이다. 각종 유튜브, SNS를 뒤적거리며 새로운 메뉴를 탐색해 보아도 내가 하는 요리의 맛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고, 결과물만 봤을 땐 '이게 그럴 일이야?' 싶더라도 준비 과정으로 소모되는 돈, 시간, 에너지를 헤아려 보았을 때 꽤나 그 합이 상당하다. 이런 내게 외식, 배달은 뭔가 환기가 되는 리프레셔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도 한 끼의 식사가 터무니없이 비쌌을 땐 아무리 맛이 좋았어도, 그 시간이 즐거웠어도 괜히 기분이 좋지 못하다. (이건 지금처럼 고물가 시대가 오기 전부터 유효했다.)
나에겐 큰맘 먹고 색조 화장품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날이 인생에서 몇 번 있었다. (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니 몇 번 되진 않는다.) 다만 그 색조 화장품을 산 며칠만 열심히 공들여 화장을 할 뿐, 평상시에는 기초 + 선크림 정도 (가끔 눈썹이 너무 비어보이면 아이브로우 정도) 바르고 밖에 나가는데 익숙하다. 코로나가 유행이었을 때 마스크를 상시 끼고 있어야 했고 직업 특성상 그 유행이 다 사라지지 않았나 싶을 때까지도 마스크를 끼고 일해야만 했다. 화장을 해도 마스크가 다 흡수해 버릴 뿐이고 화장의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내 피부 타입의 문제인 건지 한 번한 화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피부만 나빠지게 하고 끝이 나버리는 화장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굳이 색조 화장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지지 않았다. 물론 화장을 한 날은 조금 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넘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해지는? 미묘한 기분 변화가 있긴 하지만... 가끔 그게 필요한 날마저도 사용할만한 화장품이 변변치 않다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 이런 나를 제대로 파악하고는 색조 화장품에는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 편이다.(이 부분을 우리 아빠는 항상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좀 꾸미고 다니라며)
특별한 날(아가씨, 동생 결혼식 등)에 입으려고 산 값비싼 코트들도 여름과 겨울이 대부분이 된 대한민국에 살다 보니 그렇게 입을 일이 없더라. 막상 코트를 입기에 적절한 날에도 '딱히 그런 비싼 코트를 입고 갈만한 자리는 아니라서'란 이유로 구매 후 몇 번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옷장 안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책은 후회되는 소비 중 하나이다. 구매한 책들은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일은 잘 없어서이다. 이런 나는 가까운 도서관이나 전자 도서관을 통해 책을 대여해서 보는 것을 선호한다. 가지고 있는 책들이 그저 책장을 지키고만 있다고 생각될 때는 중고로 책을 팔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영어 공부에 쓰는 돈이 참 후회스럽다. 정말로 필요하긴 한 부분인데 작심삼일로 끝날 때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내게 하나도 안 아까운 소비에는 뭐가 있을까?
- 액티비티(패러글라이딩, 웨이크보드, 패들보트, 서핑, 스쿠버다이빙, 스킨스쿠버, 요트투어, 글램핑 등)
- 여행(큰돈 들여갔던 일본 료칸!)
- 가끔 가는 호캉스 : 수영/조식뷔페/라운지이용
- 사진촬영
- 비싸지만 여러 해 입고 있는 패딩
- 배우자를 위해 쓴 돈
- 부모님을 위해 쓴 돈
- (아주 가끔) 헤어스타일 변화에 쓴 돈
일단 너나위님과 비슷하게도 나에게 오래오래 남아있는 경험? 에 하게 된 소비는 정말로 하나도 안 아깝다. 일회성으로 끝난 경험들일지라도 내가 감히 그런 경험을 했다는 추억이 남아있으니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다. 여행도 그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남편의 선택으로 큰돈 들여갔던 일본 료칸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가서 비 료칸도 많은데 굳이 그 돈 들여서?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그 돈을 들였기 때문에 쾌적하게, 프라이빗하게 료칸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이러려고 돈 벌지, 또 열심히 일하고 돈 벌어서 이런 좋은데 가끔씩 오자!'라고 의지를 다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백수 나부랭이다.(^^)
호캉스는 앞으로는 더 자제해야지 하는 소비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호캉스에 들인 소비는 아깝지는 않다. 수영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호캉스에 빠질 수 없는 조식 뷔페를 매번 누구보다 제대로 즐겼기 때문에. 그리고 결혼하고 첫 생일이라고 이것도 남편이 큰맘 먹고 큰돈 들여서 간 시그니엘 호캉스였는데 당시 무한리필로 라운지를 즐겼던 그 시간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물론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노을 지는 멋진 풍경을 볼 순 없었지만 적당하게 술에 취한 우리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로맨틱한 순간을 보냈다.
잘 꾸미고 다니는 편이 아니고, 미용실, 옷 구매 등에 돈을 거의 들이지 않는 편이라 일상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생긴 편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꾸밀 기회가 생겼을 때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에 담기기까지 꾸미는데 들어간 돈, 사진을 찍는데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다. 사진은 평생 남고, 그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을 추억하는 것이니깐.
코트와 달리 값비싼 패딩의 경우 매우 만족스러운 소비다. 여러 해에 걸쳐서 겨울의 많은 날들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값어치를 하듯, 여러 해에 걸쳐서 나에게 따뜻함을 선사해주고 있다.
그리고 배우자, 부모님과 같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비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
덧붙여서 헤어스타일 변화에 쓰는 소비의 경우, 당시에는 오래간만에 가서 이것저것 추가가 되다 보니 꽤나 큰 액수가 나오긴 하지만, 자주 그 변화를 주지 않다 보니 그 하루만큼은 몸이 많이 고되긴 하여도 그래도 만족스러운 소비 같다. 변화를 주다 보면 기분 전환도 되고, 풍기는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고, 한 번 제대로 한 헤어스타일의 경우 오래오래 유지가 된다. (가끔 그 텀이 잦아질 경우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너나위님이 말하길 모든 소비가 하나도 안 아깝게 다가올 순 없다. 다만 만족스러운 소비를 알면, 그 소비를 늘리면서 좀 더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에도 후회하는 소비의 경우 알아서 잘 지양하고 있는 편이다. 다만, 오늘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느끼는 건 만족스러운 소비 가운데 평상시 자주 즐길 만한 소비가 없다는 것이다. 소소하여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소비 항목이 꽤 많아졌으면 한다.
덧붙여서 이 날 함께 본 영상으로 로미 님의 퇴사하고 관두고 깨달은 것에 관한 영상에서 나온 말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로미 님의 남편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오케이를 해준 데는 남편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고 한다. 어떤 순간에도 자기 일을 잘 찾아갈 거란 믿음.
평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 위주로 남편에게 털어놓아서인지, 서로의 직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하여 새로운 거주지를 정해야 했을 때, 내가 퇴사를 하고 남편 직장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그리 어렵지 않게 부부의 의견이 모였다. 남편은 당분간은 외벌이로 대출금까지 감당하며 버텨야 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부담과는 별개로 퇴사하는 나에게 "고생했어, 오랜 시간 힘들게 일하랴"라며 오히려 위로를 건네주었다. 남편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 기저에는 내가 언제 어디서나 내 갈 길을 잘 찾아나갈 것이란 믿음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용기 내어 퇴사할 수 있었다.
로미 님이 말하길,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사람, 한 명이라도 내 곁에 존재한다면, 그럼 나는 지금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더 나아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를 응원해 주고 믿어준 남편을 더 응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