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생각, 부자에 대한 가치관을 돌아보는 시간
내가 얘기한 적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빚을 내고 내 집을 마련하여 퇴사를 한 상태이다. 남편과 함께 이제껏 벌어온 돈은 모두 집에 들어갔고 당장 나는 돈벌이가 없고 남편의 월급만으로 대출 원금과 이자, 고정비들을 쓰고 나면...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금 돈을 모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진다. 소소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수입원을 만들려고는 했으나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이건 내가 추후 이직에 성공해도 이전 월급만 못할 것이다. 그것을 각오하고 한 퇴사였으니.)
아이러니하게 시간은 무한대로 많아서 이제껏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돈과 관련한 공부도 나름으로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공부라고 해봐야, 각종 책, 강의, 유튜브 등을 찾아가며 모르는 것에 대해 더 알아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으로 이어가는 그런 소소한 정도다. 기껏해야 내 수중에는 퇴직금, 연금보험에서 데려온 연금저축, 남편의 월급에서 고정비들이 나가고 남은 돈이 전부이기 때문에 실천이라고 해봤자 정말 소소하다. 사회 초년생처럼 시드 모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퇴사를 하면서 가장 와닿는 단점? 불편한 점? 이 있다면 돈에 더 갈망하게 되었다는 거. 일을 할 때는 돈을 쓸 시간도, 돈을 써야 하는 상황도 별로 없었을뿐더러 꼬박꼬박 일만 하면 내 수중에 들어오는 월급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내가 벌어가는 소소한 수입원이 있고 남편이 돈을 벌고는 있지만 내 월급이 들어올 때랑 또 다른 느낌이다. 돈을 써야 하는 상황도 생각보다 많이 늘어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줄었다고 해야 맞으려나. 돈과 관련한 공부를 해가며 실천을 하면서 그간 손 놓고 있었던 가계부를 한 번 대대적으로 작성하며 우리 부부의 소비, 특히 고정비에 대한 점검을 했고 그중에서 지금 상황에 맞춰 개선할 수 있는 것들(보험료 손보기, 외식 줄이기, 냉장고에 있는 재료 최대한 활용하여 식비 줄이기)을 실천했다. (생각해 보니 직장에선 직원 식당 밥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러지 못하다는 게 가장 와닿는 큰 지출원인 것 같긴 하다.)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스스로에게 뿌듯했던 건 생각보다 개선할 만한 것이 많이 없었다는 거였는데 이미 휴대폰 요금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금을 내고 있었고, 지난 1년 난임과 관련한 병원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의류비, 문화생활비, 미용비 등은 대폭 소비를 줄이고 있었다. 난임 병원 스케줄, 퇴사 결정, 이사 준비 등의 굵직한 이벤트들로 어딘가 여행을 갈만한 여유도 없어서 3월 제주도 한라산 등반이 우리 부부의 마지막 여행이기도 한데 어쩌다 보니 여행비도 올해는 굳었다.
가끔은 고급진 곳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하고, 예뻐 보이는 옷들을 사고 싶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기도 하고, 이전처럼 변덕스러운 마음에 따라 머리스타일을 수시로 바꾸고 싶기도 하고, 각종 관리를 받아가며 '와, 정말 좋다. 이 맛에 돈벌지.'라는 순간의 행복함을 느끼고 싶다. 순간적으로 이런 다양한 것들을 이미 다 즐겼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꿋꿋이 후회하지 않는 소비를 한다고 장담했는데,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 유혹에 넘어갈 위험도 매우 큰 편이다. 그 달콤함을 이미 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하.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무슨 내가 엄청난 구두쇠처럼 보인다. 구두쇠처럼 여러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꼭 써야 하는 일, 특히 가족과 관련한 일들에 대해서는 과감 없이 큰돈을 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구두쇠와는 거리가 영 먼 사람이다. 요새 이렇게 돈과 관련한 여러 감정이 드는 가운데 '돈의 뇌과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뇌과학과 심리학을 금융 교육과 접목한 '헬스 파이낸셜 세러피'. 저자는 아무리 돈 공부를 해도 돈에 대한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아 뇌과학과 심리학을 별도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야 진정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산 운용법을 가르치는데 힘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경제 공부 꼬꼬마 초년생인 내가 투자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남들이 쥐어주는 정보를 여과 없이, 스스로 판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그래놓고 문제가 생기면 그 정보를 전달한 남 탓을 하기 바쁘다. 그렇지만 남들은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대신 져 줄 수 없다. 또한 내가 주어 담은 얕은 정보들로 하여금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만심은 절대 금물이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정보를 얻게 되면 가급적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바로 이어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지곤 한다. 또한 손실이 생길 경우 별다른 판단 없이 버티다 보면 이득은 아니어도 원금 회복을 하는 날은 올 거라며 손실을 회피하려 한다.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는 생각은 잊은 채.
놀라운 건 일본에선 돈 모으는 방법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여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생활 설계 및 가계 관리 분야, 금융과 경제 구조 분야, 소비 생활 및 금융 문제 방지 분야, 직업 교육 분야 등으로 다양하다. 세게 제일의 금융 도시인 뉴욕이 있는 경제 선진국 미국은 개인의 자산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개인 재무 교육을 무려 5세부터 18세까지 받는다. 세게 금융 도시 2위로 뽑힌 런던이 있는 나라 영국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돈과 감정의 관계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3~5세부터 돈 때문에 행복해질 수도 있고 슬퍼질 수도 있다는 것. 이런 감정을 타인은 또 다르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후 돈을 저금할 때, 빌리거나 빌려줄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이해하고 돈을 빌리기 전 리스크와 잠재적인 결과,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줄 알게 된다. 잘못된 결정이 미치는 감정적,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고 보험이 없으면 만일이 경우 자신이 경제적이고 정신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안다. 이런 교육 과정으로 하여금 돈과 건강하게 마주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
돈과 관련한 부정적인 감정, 그로 하여금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돈에 대한 공포로 하여금 돈을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돈을 지나치게 아끼고, 과하게 리스크를 회피하고 때로는 돈을 외면한다. 반대로 돈을 과도하게 숭배하면서 돈이 생기면 바로 써버리는 낭비가 발생한다. 도박, 저축 등으로 크게 돈을 벌었을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해 고위험 상품 위주의 단기 거래를 반복하는 것도 낭비에 속한다. 돈으로 유명인이 된 느낌을 맛보고 싶어 물건에 집착하고 쇼핑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또 다른 부류로 돈으로 하여금 관계 장애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의 돈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돈으로 주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가족에게 말하지 않고 계속해서 돈을 빌려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몰래 투자하는 재정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벌이기도 하고 본인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돈으로 자녀를 통제하는 부모도 존재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투자는 위험하다'라는 가치관이 나도 모르게 생긴 케이스 같다. 지인들 중 투기성 투자를 하다가 망한 사례를 보고는 '투자는 위험하니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어른들이 습관처럼 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린 나이부터 해당 내용이 돈과 관련한 가치관과 습관에 영향을 준 것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그런 말을 전하시는 어른들은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한 집에서 거주하며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결혼을 하려고 보니 대한민국 땅에서 내가 직작생활이 가능한 곳에 거주할만한 집은 없었다는 것, 그게 현실이었다. 물론 검소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또 여러 좋은 저축성 상품들을 알아보시고 나에게 권하신 엄마 덕분에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기거에 남는 건 내가 첫 1억을 만들었을 때 집에서 소소하게 축하 파티를 열었다는 것. 어느 정도 돈이 모인 상태에서도 허튼 소비는 가급적이면 피하려 하고, 경제 관련 공부를 하면서도 곧바로 생활에 적용해 보려는 나의 태도도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뿌듯함, 주변의 칭찬 등이 모여서 완성되지 않았으려나.
중요한 건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 첫 백수 생활을 하며, 돈과 관련하여 공부를 해가며 돈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지만, 잊지 않아야 하는 사실은 인생에서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돈 많이 벌고 싶다! 부자 되고 싶다!"라고 외치는 남편에게 질문을 했다. "돈 많이 벌어서 뭐 하려고?". 남편의 대답, "우리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 맞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불행하진 않다. 돈을 좇으면서 과도하게 무리하며 잃게 되는 건강, 정신 건강 등에 대해서도 염려해야 한다. 남편에게 김 빠지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너무 무리하진 마. 그러면서 건강 잃으면 돈이 더 들어.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었을 때 그때 우리 둘 다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으면? 그럼 그땐 여행도 못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못 먹을걸? 부자가 되면 좋지만, 당신이 말하듯 행복한 게 먼저니까. 지금처럼 으쌰으쌰 해서 돈을 모아가되, 소소하게 행복하는 것도 잊지 말자."라고 답했다. (공부를 시작하는 내년이 되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지만, 신중하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는 언제나 나에겐 열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돈을 대하는 나의 가치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나는 나의 가족과 관련해서는 큰돈도 아낌없이 지른다. 돈이 많아지면, 부자가 되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다고 믿고 또 그런 가치관이 실현되길 바란다. 여러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나 실제 상황에서 돈이 많아졌을 때 가장 소중한 사람들 간 불화가 나타난다. 이는 돈에 대한 가치관, 태도가 확고하지 않았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돈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서 돈을 벎과 동시에 돈을 건강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