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50일 차] 집들이에도 팁이 있다면

조금은 편하게 집들이하기

by NUL BOM

결혼을 하며 독립을 한 나는, 첫 신혼집에서도 양가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내 친구들 한 번, 남편 친구 한 번. 이렇게 딱 두 번 집에 사람들을 초대했다. 사실 첫 신혼집이 누군가를 초대하기에는 뭔가 많이 비좁기도 했고... 바삐 일하면서 정신이 없었다면... 핑계인 걸까.

아무튼 그만큼 누군가를 초대한 경험이 없고, 매번 둘이서 먹을만한 요리를 하는데 익숙해져서 그 이상의 분량이 되면 많은 부담이 되는지라 이사를 하고도 집들이는 나에게는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영영 미룰 수는 없는 노릇.


내가 집들이를 하길 결혼했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던 친구 모임들이 있는데, 일단 그 모임들은 아직 정확한 집들이 날짜 예정은 없다. 내가 밀어붙이면 될 텐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고 아무래도 서울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기에 누군가 부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살짜쿵 있다. 일단 그 모임들은 뒤로 한 채 이전 집에서처럼 양가 식구들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더욱 끈질기게 "언제 집들이하나요?"라며 나를 재촉한 이전 직장 부서 사람들을 두 번 나눠서 초대하게 되었다. (그 사이 남편 직장 동료 집들이가 있었지만 내가 약속이 있는 날로 시행하게 된 관계로 남편이 알아서... 진행했다는. 물론 청소는 열심히 도맡았고~ 관련하여 함께 장도 보았다.) 두 번 나눌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전 직장이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관계로 모두가 맞는 날을, 그것도 이번 달 안으로 맞추기가 어려웠던 터.


날은 정해졌고, 머릿속에는 크게 딱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집들이 당일에 맞춰 화장실 청소를 메인으로 청소에 신경 써야지.

무슨 메뉴를 준비하면 좋을까? 메뉴 조합은 어떻게 하면 최선일까?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매번 고민이 많다. 고민에 그치는 날도 많은 만큼 그렇게 효율적인 고민은 아니라고 본다. 집들이를 키워드로 하여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검색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끝을 맺게 되는 날이 참 많았다. 그래서 이런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위해 내가 했던 집들이 기록을 좀 공유해 보련다. tip이라고 거창하게 제목 지었지만 딱히 그럴만한 내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도움을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댁 식구들이 오던 날은 하도 정신이 없어서 (집에서 굳이 굳이 밥을 먹자고 주장한 남편은 집들이 당일 근무가 늦어 거의 나 혼자 준비를 했다.) 사진 한 장 남겨놓은 게 없다. 이날은 트레이더스의 도움을 받아 광어, 나베는 사 와서 그릇에 담아내기만 하고, 수육용 목심을 오븐으로 양파, 새송이버섯과 함께 구워낸 뒤, 무언가 허전한 느낌에 골뱅이 소면을 추가로 준비했다. 솔직히 말해 내가 혼자 한 것은 별로 없는데도 심적인 부담감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집들이었던 것으로 기억..... 한다. 이날 가장 큰 실수는 목심을 오븐에 너무 많이 구워서 많이 딱딱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뭔가 미리 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목심이 식어서 맛이 좀 덜한 아쉬움이 남았다. 디저트로 함께 구매해온 크리스피 단백질 무화과킥!이긴 했다. 아가씨와 어머님 모두 너무 맛있다고 계속 드셔서 5개 들이었던 지라 한 봉지씩 들려서 배웅한 기억이.....


친정 식구들은 사정 상 동생네 부부 따로, 부모님 따로 오셨었는데 내가 힘들 거라 걱정한 부모님은 절-대로 밖에서 식사를 하자고 단호하게 나오셔서 동탄 맛집(동탄 두부 맛집 온유담)을 열심히 찾아 모셨다. 동생네 부부는 시댁 식구들에 비해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는데 이때도 트레이더스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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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빠지지 않는 광어, 나베. 그리고 그렇게 핫하다는 훈제 삼겹살과 파김치를 사서 함께 곁들어보았다. 넘나 편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은 게 훈제 삼겹살이 많이 느끼할 것 같아서 집 냉장고에 남아있던 양배추를 활용해 샐러드를 만들고 훈제 삼겹살과 마늘을 을 오븐에 구워낸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었네? 그래서 열심히 씻고, 진열해서 한 상을 그럴싸하게 차리는데 일조해 준 트레이더스, 감사하다. 지금까지만 보면 무슨 트레이더스 제품 홍보 글인 줄? 이날의 킥!을 꼽자면 파김치? 동생네 부부도 파김치 사서 먹자고 다들 칭찬이 자자했다. 아무래도 약간 느끼할 수 있었던 훈제 삼겹살을 잘 잡아줘서 더 그랬을지도. 아 또 한 가지 이 있었다면 후식으로 키위를 꺼내 먹었는데 남편이 동생네 애완견 '퐁자'한테 키위를 한 조각 건네면서 사료가 아닌 것의 맛을 처음 맛본 퐁자가 정신줄을 놓았다는 것. (물론 동생 네한테 허락받고 준 것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직 ing 중인 이전 직장 부서원들 집들이는 바로 며칠 전에 1차만 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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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트레이더스에 갈 때마다 크게 깨지는 돈 (시댁 집들이 15만 원 상당, 동생네 집들이 14만 원 상당, 남편 직장 집들이 13만 원 상당) 때문에도 이번 집들이는 좀 다르게 해보자란 생각에 마켓 컬리와 배달의 힘을 빌려보았다. 이전날 집에서 클릭만 하면 다음날 아침이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어 그 점 하나만은 정말 좋은 컬리. (이 장점에 직장을 다니던 시절 애용했었더라지. 근데 가격은 좀 나간다. 그리고 제품에 따라 신선하지 않은 제품을 받아볼 수도 있다.) 간단하게 그렇지만 손님 대접을 한다란 느낌을 확 줄 수 있는 메뉴가 뭐가 있을까 폭풍 검색 끝에 소고기배추말이와 갈릭버터새우를 준비하기로 하고 최근 맛있게 먹었던 마왕족발을 배달시켰다. (맛집 리뷰 참조. 동탄역 맛집 마왕족발) 마왕족발에서 세트메뉴로 마왕통구이 + 마왕볶음밥 + 비빔국수를 시켰더니 뭔가 메뉴가 더 풍성해지는 효과가!


소고기배추말이는 인플루언서 @happy_shuriii님 레시피를 빌려와서 진행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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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유가 없는 관계로 간장+설탕+참치액을 활용, 매실액 대신 설탕을 조금 더 넣어서 육수와 소스를 완성했다. 매번 동일한 메뉴를 요리할 때도 레시피를 보지 않고는 불안해서 요리를 못하는 초보 요리사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3년 반 넘는 시간 동안 집 밥을 꾸준히 많이 해온 사람으로서 잘 사용하지 않는 양념이 레시피에 나왔을 때 이를 대체할 만한 양념은 머릿속에 얼추 있는 편이다. 그리고 레시피 양념 비율 그대로를 따르기보다는 한두수저 재량껏, 내 취향에 따라 조절할 줄도 알고 그 내용물에서도 빼고 싶은 것, 집에 없는 것 등은 과감하게 빼고 대체할 만한 다른 무언가를 넣어보기도 하는 응용은 할 줄 알게 되었다.:) 안에 내용물로 happy_shuriii님은 두부, 팽이버섯, 대파를 넣으셨는데 나의 경우 두부, 팽이버섯, 부추를 활용, 뭔가 내용물이 많아지다 보니 쉽게 풀릴 것 같아 배추로 여미기보다는 배추를 부추로 한 번 감싸주었고 썰지 않은 채 그대로 넣어 먹을 때 가위로 썰어 먹었다. 남은 채소, 고기들을 넣을 때 청경채와 느타리버섯까지 추가로 넣어주어 더 풍성해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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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2you_salim 님의 게시글 중 버터갈릭새우 레시피를 따라서 매우 쉽고 간단한 게 애피타이저 같은 근사한 요리 완성! 나의 경우 컬리의 26/30 사이즈 손질 생새우살을 이용했는데 더 큰 사이즈여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했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두 메뉴의 호응이 매우 좋았는데 소고기배추말이의 경우에 아무래도 추운 날이어서 뜨근한 국물이 탁월한 메뉴 선택이었던 것 같고 야채가 다양하게 푸짐하게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질리지 않게 계속 먹을 수 있었던 메뉴로 다가온 것 같다. 물론 모양도 사진 찍기 너무 예뻤고!



뒤늦게 퇴근한 남편이 하얀풍차에서 롤케익을 센스 있게 사 오는 덕분에 후식까지 맛있게 먹었는데, 배가 몹시 불렀던 날인만큼 함께 먹은 트윙스 얼그레이 티가 또 소화를 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배가 고팠던 남편은 남은 소고기배추말이에 추가로 우동면을 넣어서 너무 맛있다며 순삭을 했다는...!


사실 이날 부족하다면 국물에 우동면 혹은 꼬치 우동을 넣어 먹으려고 미리 주문을 해놨는데 배불러서 손도 대지 않았기에 남편을 위해 호다닥 차려줄 수 있는 딱 좋은 저녁 식사가 되었다.






전체 상차림을 찍은 사진에 보이는 술은 손님 중에 운전자가 있는 관계로 컬리에서 주문한 스파클링 로제, 말 그대로 탄산음료이다. 달콤함이 느껴지면서도 깔끔하게 끝나는 맛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딱 세 번의 집들이를 준비해 본 것이 전부이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멀리 우리 집과 나를 찾아준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접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 중 일부라는 점에서, 호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 이 글이 집들이 메뉴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정된 집들이로 딱 하나 남은 다음 주 집들이는 또 어떤 구성으로 해볼지, 이젠 걱정보다는 약간의 설렘이 더 커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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