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조직이나 커뮤니티, 공동체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규칙은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당연한 말들은 실천하기가 까다롭기 마련이라는 것이 내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경험칙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필연적으로 불편하거나 뭔가 상대하기 께름칙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들의 기호는 대체로 사회적이어서 이런 유별난(?) 사람은 여러 사람들에게 유별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좋게 말하면 '아웃사이더', 나쁘게 말하면 '왕따'로 불린다.
물론 누군가에게 범법을 행하거나 어떠한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끼친다면 격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그에 대한 상한선이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분위기를 못 살펴 종종 갑분싸를 일으킨다든지, 자기주장이 조금 강해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든지, 외모가 별로라든지, 그냥 꼴 보기가 싫다든지...
이러한 사소한 문제들이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고 집적되어 그 사람의 평판을 쌓아간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건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종의 자정작용을 넘어 특정인에게 철저한 도덕률이나 사회적 스킬을 요구할 때가 있다. 그것은 더없이 잔인하지 않은가 생각할 따름이다.
나와는 다른 다양한 사람과 능숙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은 사실, 고난도의 '지적 곡예'를 필요로 한다. 그러한 기예를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타인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대는 번번이 좌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라는 것도 개개인의 성숙도나 포용도에 따라 감내해 내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원자화된 개인문화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그러한 부하를 견뎌낼 사회문화적 요구가 부재해 왔다는 것도 투명한 사실이다.
다만, 더욱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이전 사회도, 그리고 지금의 사회도 근본적으로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편리한 관계를 보증하는 체계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는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모두가 조금은 미숙한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불편'한 관계라도 접붙이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은 없다.(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러한 사실을 일찍이 발견하고 영리하게 파고든 조직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이비이고 다른 하나는 극단적인 정치단체다. 전자는 여러 공동체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결코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목적은 불순할지 몰라도, 이 점에서 만큼은 다른 공동체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모집해 강력한 공감을 기반으로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한다. 다만 '배제를 배제한다'는 사이비 단체도 결국은 하나의 목적이나 사상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다른 생각을 배제시킨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정치단체와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는 않지만.
'배제하지 않는 것'은 본성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이해라는 것은 이해를 배제함으로써 기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는 다른 수많은 방식들 중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을 선별적으로 채택한 결과에 근거한다.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는 배타적으로 소실될 뿐이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라는 이름 이외에 다른 이름으로 불릴 가능성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처럼.
그것이 나쁘기만 하다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기능적인 측면은 그러한 제한성을 통해 비로소 공유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커피라는 단어에 부여되는 풍성한 의미와 체험들로 그 배제성을 일부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러한 풍성한 소통을 게을리 한다면 언어의 교환은 지극히 디지털적인 레벨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제한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사이비와 극단적인 정치단체들처럼 말이다. 하나의 사상이나 목적에 결집해 맹목적인 우상화가 실현된다면, 언어는 상실될 것이다. 모든 것이 통일된 의미로 일축되고 만다면, 대화는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 점에서 나는 공동체의 제1원칙을 배제하지 않기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아니, 실패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