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ullpad

널하우스(null house)

by 널하우스


반지의 중앙에 있는 구멍은 물리적으로는 '없음'이지만, 우리는 그 비어 있는 자리를 '구멍'이라 부른다. 단지 고체 금속이 뚫려 있는 상태를 넘어서, "구멍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구멍이 '존재하는 무(néant)'라면, 삶의 구멍은 어쩌면 '죽음'일지도 모른다. 죽음은 마치 빈 집처럼, 그 안에 누구도 살지 않는다.


우정으로도, 사랑으로도 빈 집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존재는 다만 그 부재에 ‘특별함’을 부여할 뿐이다.


죽음은 특별해질수록 두려워진다. 브레히트의 시에서 사랑에 빠진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정신을 차리고/길을 걷는다/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지만 죽음은 도처에 내리는 빗물처럼 너무도 광활해서, 삶은 그 빈 집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러나 결코 멀어지지도 못한 채, 삶은 그 구멍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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