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방 안은 어둡다기보다, 그냥 비어 있다.
빛은 오직 핸드폰 속에서만 흐른다.
손끝에서 번지는 푸른 백광은
벽에도, 바닥에도 그림자를 만들지 못한다.
빛이 있는데도 그림자가 없다. 이상한 일이다.
가끔, 인간의 실체는 육체보다 그림자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이 나를 스치고, 말 한마디에 감정이 뒤척일 때마다
나는 내가 만든 그림자를 확인한다.
몸이 남긴 잉크가 그림자라면,
나는 번지지 않는 사람이다.
어쩌다 그림자를, 너무 싸게 팔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