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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세대

by 널하우스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역할 자체를 다시 묻고 있다. 기획, 분석, 개발, 유통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AI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는 인간의 언어를 능숙히 모방할 뿐 아니라, 일부 과업에서는 이미 인간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AI를 둘러싼 불신과 긴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환각 현상(Hallucination)'이다. 생성형 AI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거짓 정보는, 개인의 오해를 넘어 조직 단위의 판단 오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 금전적·법적 피해를 발생시키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AI가 제시한 정보가 진실이 아님에도, 인간은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설득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 연구는 AI가 사용자의 인구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맞춤형 설득 전략을 세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GPT-4는 단지 나이, 성별, 정치 성향 정도만으로도 인간보다 높은 설득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결과는 AI 기술의 성능만큼이나 그 기술을 통제하고 감시할 시스템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1]


이처럼 AI가 빠르게 인간의 판단력, 설득력, 문제해결력을 추월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은 과연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서비스 운영, 평가, 검증 등은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진짜 의미’를 해석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 결정하는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AI의 성능 그 자체보다, 그 성능이 신뢰할 만한가를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인력을 갈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도 되는 걸까?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사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정의하는 자'로 도약해야 한다. openAI는 AI의 발전 단계를 5단계로 제시한다. 챗봇, 추론가, 에이전트, 혁명가, 그리고 마지막은 '조직'이다. 이 ‘조직’ 단계에 이르면, AI는 단순히 과업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운영, 관리, 평가, 심사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된다. 즉, 심사자의 역할조차 AI가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바로 그 AI를 심사할 기준을 정의하고, 그 기준의 윤리성과 타당성을 설계하는 위치다. 이는 더 이상 기술자가 아니라, 철학자와 정책가, 사회 설계자의 영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금도 국제적으로는 AI의 품질과 관리 체계를 규정하는 ISO/IEC 25059, 42001 등 다양한 표준이 마련되고 있으며, EU는 AI 법을 통해 ‘허용 불가’ 수준의 AI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TTA, 와이즈스톤, KSA 등이 AI 신뢰성 인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


우리는 지금, 인간과 AI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과 통찰이다. 지금의 AI는 극소수 자본 권력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질지는 여전히 사유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기준을 고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대 중 하나일지 모른다.




refer.

[1]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0593 - AI 타임스

[2] http://www.it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26534 - IT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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