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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Sep 29. 2016

동정과 공감으로 바라본 불교

인간의 보편 정신으로 바라본 불교의 대자대비(大慈大悲)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인간의 품격을 논할 때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동정(同情)과 공감(共感)에 있다고 봅니다. 흔히 동정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인 뜻으로, 공감에 대해서는 좀 더 긍정적인 뜻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본래 의미로 본다면 다를 게 없죠. 일반적으로 '情'은 '정답다'라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한문에서는 '실정' 또는 '정서'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시 말해, 동정은 당신의 실정을 그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와 같고, 공감은 당신이 가진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말과 같다 할 수 있죠.

동정(同情) = 그대의 실정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음
공감(共感) = 그대의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전해짐

이 의미를 잘 담고 있는 것이 불교의 '자비(慈悲)'라는 개념입니다. '자비'란 '자(慈)'와 '비(悲)'의 두 가지 의미를 가진 개념으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한다'는 뜻이죠. '慈'는 기쁨을 함께 하는 마음이고 '悲'는 슬픔을 함께 하는 마음입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은 '내가 너를 나와 같이 여기고', '내가 너의 마음을 공유'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이를 때 참된 의미의 자비가 이루어진다 할 수 있겠죠.


보살('깨달은 자'라는 보통 명사로서의)의 마음은 대자대비(大慈大悲) 합니다. 더 크고 더 넓게 공감하고 동정하기 때문에 자비라는 말 앞에 '대(大)'자를 붙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막론하고, 공간적으로는 하늘과 땅과 지옥에 이르는, 그 성품이나 특성을 구별하지 않은 채, 모든 사람을 동정하고 모든 인간에 공감할 능력을 지녔죠. 그렇기에 보살은 모든 사람을 구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 인간상이기도 합니다.

그대도 나 같음을..
나 또한 그대와 다르지 않음을..

물론 보통 사람은 한 사람에게도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마음을 갖기 힘들죠. 자비심을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게다가 이것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 성향으로 자리잡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향해 다가간다는 일은 자기의 몫을, 자기의 고집을, 자기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일이기에 얼마간은 자기 포기 또는 자기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도덕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매우 성숙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얘기입니다.


더군다나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이 시기에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더 나빠지거나 더 좋아지거나 그런 기준이 아니라 인간 상상 너머에 있는 사건들이 발생할 수도 있죠. 인류가 존재하지 않을 미래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대를 잘 견뎌가기 위해, 이 세상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필요하죠. 그런 맥락에서 동정과 공감으로서의 대자대비를 하나의 지향점으로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교감에 있어
인간의 가장 근본적 정서로 바라본다면

이렇게 동정과 공감으로서의 대자대비를 꺼내 본 것은 사람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신뢰의 기초이고 대화의 전제이자 협의와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사상이죠. 늘 그렇듯, 논의는 이상적입니다. 고대부터 인류가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군분투 해 온 것처럼 많은 난관들을 극복해야 하고 실제로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하느냐에 그 결과가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좋은 제도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는 점이죠.


누군가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마음,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곧 동정과 공감이겠죠.

이것이 인류의 보편 정신으로 기능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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