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48>
봄날, 고요한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고마운 기회가 생겼다. 햇살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나. 그렇게 나와 만나는 시간.
바람 맞아 거닐던 날
사람 소리 차 소리 멎어
맞은 나,
그대로 나.
존재한다는 건, 내가 내 존재를 실감한다는 건, 다른 존재의 방해도 나의 관리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순간에 서 있는 일. 잠잠해지는 숨과 박차오르는 역동의 근육들. 그 사이로 스며드는 따사로움과 파고드는 햇살의 눈부심.
하염없이 걷다 부딪히는 것들
거닐다
어느새 젖어가다
보라, 눈 앞에 펼쳐진 존재의 향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