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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Oct 12. 2018

(영화 리뷰) 파이널 포트레이트_스탠리 투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얼마 전 한국에서 전시회가 열렸었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화가의 작업은 느리다. 지루하다. 그리고 반복적이다. 18일. 그것은 자코메티가 마지막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이다. 자코메티는 오랜 친구이자 작가인 제임스 로드를 모델로 초상화 작업을 지속한다.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하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그렇게 18일이 흐른다. 화가에겐 짧은 몰입의 순간인지도 모르나, 하루씩 날짜를 세다 보면 그 시간도 짧지만은 않다.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 포스트

부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7평 남짓한 허름한 작업실을 떠나지 않는 자코메티. 더군다나 이 괴팍한 노인네는 부인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히 바람을 피우기까지 한다. 부인은 온갖 불평을 늘어놓지만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18일 동안 수차례 뉴욕행 티켓을 연기하며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로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신 사나운 예술가의 일상을 견디며 자코메티의 작업에 동참한다.


피카소를 사기꾼 취급하며 일갈을 날리는 자코메티는 자기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하고 남들이 보기엔 훌륭하나 그에겐 충분하지도 훌륭하지도 않다. 예술가가 자기 예술을 버리지 않는 한 그는 끊임없이 작품을 생산해내야 한다. 그것도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끝까지. 작품 하나에 수 천, 수 억을 받는 작가라도 다르지 않다. 자코메티는 그렇게 ‘자코메티 스타일’을 일구어 낸 것이다.


초상화를 완성하는 건 불가능해. 단지 그리려고 노력할 뿐


‘걸어가는 사람’으로 유명한 자코메티의 작품 속 인간은 길고 깡마르다. 매우 거친 질감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다. 어둡고 칙칙하다. 그것이 그가 본 인간의 진실인지도 모른다. 화려하고 우아하기를 바라는 것과는 반대의 모습. 극에 달한 고통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인생이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절망은 아니다. 가만히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인물 하나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각자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다큐처럼 자코메티가 마지막 초상화를 완성하기까지의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주변의 인물들과 그의 일상을 통해 자코메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그가 사랑했던 매춘부를 위해 포주에게 돈다발을 건네는 장면이다. 그녀가 자기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주는지 모른다며. 그 열 배도 지급할 수 있다며. 예술가에겐 흔히 말하는 ‘보통’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엮인 글 : 자코메티 전시_알베르토 자코메티

^또 다른 영화 감상 : 버닝_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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