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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Nov 30. 2020

(공연 리뷰) 라움에서의 1년

소셜 베뉴 라움 마티네 콘서트

소셜 베뉴 라움 마티네 콘서트 1년 간의 기록이다. 에세이 형식의 리뷰이다. 2019년의 기억을 2020년이 끝나는 시점에 적게 되었다. 그만큼 바빴기도 했고 그 기억들을 정리하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참 뜸을 들였으니까. 글이란 게 또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올해를 넘지 않아 다행이다. 내년엔 너무 낯선 기억이 되어 있을지 모르니.

공연을 기다리며.

2019년의 일이다. 2020년도 12월을 맞았으니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어느 날이었다. 뭔가 좋은 소리를 듣고 싶었다. 일상에 찌들지 않은 그런 소리. 그렇지만 기기로 들려오는 정형화된 음악이 아닌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 그렇게 찾은 오전의 음악회, '라움에서의 1년'이 시작되었다.


난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으면 몇 번 반복해 듣거나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나른해지고 싶을 때, 또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음악을 찾아 듣는 정도이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글을 쓸 때는 그냥 글을 쓴다. 일상의 소리 속에서 글을 쓰는 게 집중이 잘 되니까. 음악이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있다. 가끔은 음악이 소음처럼 들릴 때도 있고. 물론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소리에 민감해질 때가 있을 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느낌이다.

1년, 그러니까 2월부터 11월까지 열 달 동안 진행되는 음악회의 패키지를 끊었다. 집에서 꽤나 먼 거리여서 잠시 망설여졌고,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오전 시간을 비워야 한다는 점도 살짝 부담이었다. 게다가 사람들 틈 속에서 콘서트의 밝은 분위기를 견뎌 내야 하다니. 과하게 박수를 쳐야 한다거나 두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어야 한다거나 아니면 환호를 지를 만큼 호응해 줘야 한다는 건 나에겐 어려운 과제이다. (실제 그런 일도 일어났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정말 운 좋게도 얼리버드 예매 마지막 날 '마티네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나의 작은 모험이 시작되었다.


2월 첫 공연에는 사람들이 적었다. 원래 이렇게 적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3월이 되고 따스한 봄이 되자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5월 공연부터는 만석을 이루었다. 원래 결혼식장인 공연장(주말엔 결혼식장, 주중엔 콘서트장) 앞엔 멋진 가든이 펼쳐져 있어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기분 전환을 하기에도 꽤 훌륭한 장소이다. 게다가 11시부터 시작하는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난 후엔 브런치가 제공된다.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잠시 나들이 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컨셉이다. 그리고 이 가격이라면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공연 시작 전 한 컷. 특이하게도 무대 위를 보면 자연 채광이 들어온다.

여기에 음악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가벼운 교양을 쌓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것 또한 이 콘서트에 오기로 결정한 이유였다. 공연을 하기 전 또는 공연을 하는 중간중간 음악가가 직접 음악에 대해 소개하고 음악과 관련된 인물, 도시, 사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음악에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클래식, 국악, 재즈, 기타,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콘서트의 매력이다. 물론 음악가의 훌륭한 연주와 멋진 노래가 우선이겠지만. 서양 고전미를 물씬 풍기는 건물도 또 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모든 공연이 좋았으나 인상에 남은 몇 장면을 꼽으면 2월의 클래식과 8월의 탱고와 10월의 재즈였다. 2월의 클래식은 마지막을  수놓았던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바이올린 연주자의 '지금은 내 무대야!'하는 마음으로 혼신을 다하던 열정 때문이다. 탱고의 매혹적인 분위기와 재즈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두말 할 것이 없다. 특히 훌륭한 연주엔 바로바로 박수를 보내는 것이 음악가에 대한 예의라며, 연주가 끝나도록 박수를 치지 않던 관객들을 혼냈던 재즈 연주가의 호통이 인상에 남았다. 그날 언젠가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즈에 가서 연주를 듣고 싶단 마음도 생겼다.

이렇게 브런치가 제공된다.

언제 또 이런 순간을 즐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에 한 달, 한 달이 기다려지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고생한 2020년을 되돌아보면 2019년의 콘서트는 정말 멋진 선택이었다. 혼자 음악을 듣고 혼자 밥을 먹어야 했지만 혼자였기에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혼자의 시간을 더 잘 보내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었다. 한 해 동안 생기 있는 열흘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고마음을 전하며. 또 새로운 생기로 가득찬 2021년이 되길 바라며.


라움에서의 1년을 마친다.


https://m.theraum.co.kr/shop/search_result.php?search_str=2021마티네콘서트&utm_source=sms&utm_medium=info&utm_campaign=matinee


덤으로 영상 하나 - 유튜브 <in아트>

https://youtu.be/1fsAZ3oDXgs


예술, 인간 이상을 위한 진격
by 김바솔

^엮인 글: (브런치북) in아트 seas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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