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아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Jan 04. 2021

(아트 칼럼) 풍경과 예술, 그리고 코로나

이 시대는 어떻게 표현될까?

예술플랫폼 <아트렉처>에 연재 중인 글이다.

풍경. 한 사람이 마주하는 공간. 이 공간은 그저 산이나 하늘과 같은 자연의 경치이거나 도시 속 건물의 배치이거나 특정 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만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펼쳐지는 공간이자,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이 더한 공간이다. 그래서 풍경을 담는다는 것은 그 풍경을 담는 사람의 삶과 그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담는 일이다.


2020년은 한국 영화사에서 매우 특별한 풍경을 목격했던 한 해였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에 이르는 4관왕을 달성했다. 미국 영화제에서, 그것도 백인 중심의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과 작가와 스태프가 이루어낸 성취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옥자>에 이르는 그의 대표작들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거나 극한 상황과 마주한 인간의 문제이다. <기생충> 역시 영화 속 지하 세계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덮어 두고 싶은 사실'이거나 '감추고 싶은 진실'을 다루었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시대의 사회적 모순을 매우 기이한 느낌의 공간과 사람들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코드로 담아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으로 돌아가 1930년대에 발표된 소설 하나를 만나보자. 제목은 <천변풍경>이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소설의 서술 방식에 영화적 기법을 도입했다는 데 있다. 카메라로 사람들을 바라보듯, 파노라마처럼 훑어가듯, 당시 천변(청계천) 사람들의 모습을 매우 세련된 느낌으로 담아냈다. 한국에 영화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던 당시에 이를 소설에 적용시킨 것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음을 안겨주었을 만큼 매우 참신한 시도였다.


이 소설은 10명 남짓의 주요 인물과 70여 명에 이르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일제 강점기 당시 청계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청계천은 본래 작은 도랑 정도의 규모이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그리고 그 서울의 중심가인 종로 한복판을 관통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당시 한국 사회의 문제가 극명히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였다.


<천변풍경>의 저자인 박태원은 봉준호 감독의 외할아버지이다. 그래서 봉준호가 훌륭한 영화 감독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사람을 한 줄에 나란히 세운 이유는 ‘영화’라는 수단과 문학과 영화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라는 비슷한 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가 갖는 풍경을 예리한 시선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점에서도 그렇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이 두 사람이 보여준 것처럼 시대가 가진 특징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문학이든 영화이든 미술이든 무엇이든 아무리 순수하게 예술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할지라도 그 시대의 문화적 감각과 풍경의 느낌을 피해갈 순 없다. 예술가는 그 시대의 감각을 형상화시키는 사람이고, 예술은 그 시대의 감각을 피워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풍경은 빛깔을 가진다. 현재 인류가 마주한 풍경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갑갑한 막막한 상황이다. 누군간 아프고 누군간 죽고 누군간 괴롭고 누군간 슬프고 누군간 힘들다. 또 누군가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남겨지고 또 어떻게 기억될까. 이 풍경의 빛깔은 어떻게 다가오고 또 어떻게 표현될까. 이 질문에 대해 예술이 내놓는 답을 기다리며 2021년을 맞이해 보자.

마스크 소? 마스크 카우?  ;)
인스타그램에서 ‘#covidartmuseum’을 검색하면 코로나 관련한 다양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 인간 이상을 향한 진격
by 김바솔


^엮인 글: (공연 리뷰) 라움에서의 1년

매거진의 이전글 (공연 리뷰) 라움에서의 1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