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생각이 가진 힘
누구나 살면서 얻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인생 별거 있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누군 밥 안 먹고, 누군 똥 안 싸?" 라거나 "변하니까 사랑이야." 라거나 "돈이 뭐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라는 말들을 보면 무언가 '철학적 냄새'가 난다. 조금은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생각이기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생각이기에 더 '철학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철학은 아니다.
실제 철학은 '철학'이라고 적힌 책 속에 있는 것들을 가리킨다. 철학은 철학자들이 평생에 걸쳐 구상해온 자기의 생각이나 주요 철학적 주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주장들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진짜 철학이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세상의 진리와 인간의 인식과 인간의 윤리를 그 주제로 삼는다.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정의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학문으로서의 철학이다.
학문으로서의 철학과
철학적 생각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는 철학과 일상과의 거리감 때문이다. 한 마디로 '뜬구름 잡는 소릴' 해댄다. 존재니 초월이니, 보편이니 실존이니, 이런 개념들은 어렵기도 하고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 생소할 뿐이다. 플라톤이나 칸트의 저서에나 등장하는 이상한(?) 생각들과 복잡한(?) 논의들이 이에 해당한다. 전공자에게도 이'철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다.
그래서 사는 게 힘들어 해답 좀 찾고자 철학책을 뒤져보면 철학책이 내놓는 해답은 해답이 되지 않을 때가 많고, 처음부터 이해가 가질 않을 때도 있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시 말해, 비전공자인 일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철학'이 아니라'철학적 생각'이다. 철학적 생각은 대체로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그동안 묻지 않았던 방식으로 물어보는 것들에 해당한다.
가령,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야, 라는 생각을 했다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이기적인지, 왜 사람들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지, 이기적인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기적이라는 개념이 늘 부정적이기만 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 철학적 생각이다. 무엇보다 타인에게도 적용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 자신에게만 적용된다면 그것은 결코 진리일 수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질문이자 생각의 방식이다
한편으로 철학은 늘 자기의 믿음에 대한 의심을 동반한다. 이런 고민 없이 ‘이기적이어도 괜찮아'라고 단정 짓는다면 이는 철학이라기보다는 위로나 공감에 해당할 뿐이다.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따져보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짚어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생각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은 하루 아침에 주어지지 않고 평생을 통해 갈고 닦아야 자기 것이 될 수 있다. 생각하는 방법이 습관이 되어야 생각도 더욱 풍부해진다.
살다보면 어느 한 방향으로 길을 걷다 다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미 걸어온 길 다시 되돌릴 수 없고, 다시 되돌린다 한들 답이 없기 때문이다. 때론 나를 감춘 채 가면을 쓰는 순간도 오고, 어쩔 수 없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다가오는 인생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사람은 질문하는 법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질문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서는 안 된다. 질문이 나답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 생각은 더 좋은 질문을 가능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분석하고 추론하고 검증하고 예측하고 반성하는 일이 철학의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상상하고 비유하고 대입해 보며 생각의 폭을 확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하고 꾸준한 생각을 통해 좀 더 나은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의 힘도 점점 커질 수 있다. 그렇게 커진 생각의 힘은 자기도 알게모르게 더 나은 판단과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여 실제적으로 자신과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것이 철학적 생각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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