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세계'에 살고 있을까?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 대한 조망'이다. 삶의 공간을 어떻게 조망하고 있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 삶의 공간이란 현재의 주거지나 학교나 직장 같이 매일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실제의 공간이기도 하고, 역사,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수학, 과학, 예술, 종교와 같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인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실제의 공간과 인식의 공간에 대한 파악이 곧 세계에 대한 이해에 해당한다.
너희 집 주소가 어디니? 라고 물을 때, 우리집 주소는 태양계 지구 대한민국 어디 어디에요, 라고 대답한다. 바로 이곳, 인간이 직접 살아가며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곧 '물리적 공간'이다. 지구나 우주와 같이 직접 경험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조금 더 큰 범위의 공간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공간이기도 하고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물리적 세계이기도 하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삶을 영위한다.
물론 이 '세계'가 갖는 범위와 지식은 인간의 문명 발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과거에 '세계'에 대한 지식을 형성하는 역할은 철학이 담당했지만 이제는 물리학, 지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의학 등등의 분과 학문이 담당하고 있다. 오늘날 철학은 그 본래의 역할인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와 이러한 학문들이 제공하는 지식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하는 일에 한정되어 있다. 다만, 이곳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철학의 몫이기도 하다.
세계 = 물리적 공간이자 인식의 공간
이러한 실제의 공간과 함께 인간에게 중요한 공간이 '인식의 공간'이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 다시 말해, 집 또는 학교나 회사 나아가 사회나 국가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나 생각이 곧 인식의 공간이다. 같은 집을 두고도 어떤 가족 구성원에게는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고, 어떤 구성원에게는 차가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학교, 회사, 사회, 국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구조나 구성원에 따라 내가 인식하는 ‘세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세계’가 달라지기도 한다. ‘아, 내가 사는 세계란 이런 곳이구나!’라고 아는 것과 ‘내가 사는 세계를 이런 곳으로 만들면 어떨까!’라고 기획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소극적 인식과 적극적 인식의 차이이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이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앎'을 갖는다. 이때, 인간의 의지에 따라 그 앎도 얼마든지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 앎이 깊어지는 만큼 그가 갖는 인식의 세계도 넒어진다.
이 인식의 공간 중 하나가 '삶의 의미'로서의 ‘세계’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한계 상황을 인식하고, 이 속에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며 살아간다. 나를 둘러싼 삶의 조건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더 잘 안다면 더 나은 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의 조건을 변화시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철학에서 말하는 ‘세계’는 세계 여행을 할 때의 세계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물리적 공간'이자 내가‘의미를 두는 공간'을 가리킨다. 한 사람에게 '세계'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느냐에 따라, 인간이 밝혀낸 지식으로 '세계'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라, 또한 이를 변화시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인간이 인식하고 체감하는 '세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철학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중요하다.
삶의 의미로서의 '세계'
이곳에서 살아갈 이유
다만 그 ‘세계’가 사람에 따라 너무 다르기에 세상엔 불평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태어나면서 인간은 서로 다른 조건을 갖고 태어나고, 그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그 차별과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세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다시 말해, 세계관에 따라 인생관이 달라지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생겨먹은 모습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세상’에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형성하는 일인 동시에 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이 '세계'에서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희망을 찾아내어, 더 잘 살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곧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가진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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