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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11. 2021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의 의미

나의 정체성, 삶의 의미, 존재의 이유를 찾아


나'를 인식하는 시기, '나'를 인식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이 찾아오는 시기에 인간은 스스로 묻는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나 이외의 존재와 다른지, 내가 왜 태어났는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는지, 왜 다른 선택은 없었는지를. 무엇이 되었든 자기를 찾고 삶을 찾는 여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내가 스스로 나에게 부여할 수 있는 삶의 가장 큰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철학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갖는 의미와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해야 하는 일’이란 일종의 소명 의식 또는 사명감이기도 하다. 물론 난 믿는 종교가 없다. 다만 내가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가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의문에 닿을 때 드는 생각이다. 누가 등 떠민 것은 아니나,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는 것, 어쩌면 사서 고생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해야겠다는 일들이 몇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정체성을 갖느냐 하는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의미를 묻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복잡한 문제들이지만 실제 우리는 평생 동안 이와 같은 고민들을 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인생에 단 한번, 딱 한 번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도 손해는 아닐 것이다.


나의 정체성, 내 삶의 의미, 내 존재의 이유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 '정체성'을 갖느냐 하는 문제는 한 인간으로서의 '독특함'에 관한 탐구이다. 다른 이와 구별되는 '나만의 특징'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냄새를 잘 맡는다던지, 수학을 잘한다던지, 운동을 잘한다던지,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던지, 느긋한 마음을 가졌다던지, 버럭 한다던지, 이러한 세세한 차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이 지닌 ‘기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기질은 인간을 독특하게 만드는 하나의 재료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가 이에 해당한다.


'팔자가 기질이다'라고 말할 만큼 이 기질은 인간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관계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떠올려 보면, 내 선택과 관계에 있어 ‘나의 기질’이 얼마나 중요한 기준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질 위에, 내가 가진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내가 흥미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발견하며, 내가 가진 욕망들과 소질 또는 능력을 파악하는 일을 더한다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의미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 다시 말해,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는 밥을 먹고 똥을 싸는, 인간을 지탱하게 하는 기본적인 대사만큼이나 중요하다. 태어난 것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지만 살아가는 것은 본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 선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라는 사람이 왜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나 왜 살아야 돼?, 나 이렇게 살아도 돼?, 라는 질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는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철학적 질문에 해당한다. 이는 내가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그야말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종교인들 중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한편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은 누구인가?' 또는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나'는 결국'인간'이자 '인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체 인간은 어떤 존재이기에 이러한 의문을 던질까?' 또는 '인간은 어떠한 존재이기에 이러한 정신적 고민이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들이 그렇다. 이렇게 '나'에 대한 탐구는 '나'에 대한 의미를 찾는 과정이자'인간'이라는 실체를 분석하는 과정에 맞닿아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의 확장


결국, 인간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까닭은 자기자신을 거울을 바라보듯 '대상화' 하여 인식할 수 능력 때문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는 말엔 바로 이 ‘대상화’ 또는 ‘객관화’가 연결돼 있다. 돼지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몸매나 자신의 생각에 대해 돌아보거나 관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관찰한다. 그래서 인간이고, 그래서 이런 의문들이 생겨난다.


사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더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나’를 모른 듯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갈 의미를 묻는 존재이다. 나에게 이 삶이 왜 주어졌는지, 어떻게 이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묻는다. 인간은 그냥, 바로, 그런 존재이다. 나의 존재 의미는 내가 이 세상에 떳떳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그래서 내가 정말 원하는대로 살아가고 싶다면 물어야 한다. 난 대체 누구인가!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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