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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Sep 30. 2021

(전시 리뷰) 타니아 말모레호_회화_엘리제레 갤러리

전시명: ANACAONA'S REVENGE 아나카오나의 복수


지하로 내려간 갤러리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물론 많은 작품들이 이런 탄성을 자아내지만.) 타니아 말모레호의 작품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작품이 주는 밝은 색채와 왠지 모르게 영롱한 빛이 감도는 정서일 것이다. 물론 그 영롱함은 그녀의 작품이 갖는 가장 큰 제재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타니아 말모레호는 사람의 눈은 '영혼의 창'이라는 너무나도 뻔한 말이 전혀 뻔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인간에게 '눈'은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하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작품에서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제재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작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강렬한 눈빛을 본 적이 있나요?


작가는 이 커다란 눈과 강렬한 눈빛으로  '아나카오나'라는 인물을 자신의 작품으로 부활시킨다. 그렇다면 아나카오나는 누구인가?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아나카오나는 오랫동안 카리브 문화에서 여성의 권력과 저항의 상징으로 1500년대에 현재의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 섬의 여성 타이노 부족장이었다. 백성을 수호하고 정복자들인 콘키스타도레스의 첩이 되는 것을거부한 죄로 처형된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내 잠재의식 속에 조용히 존재해왔고 남성 영웅의 시대에 여성의 힘과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가부장적 규칙 내 여성과 복종과 수용이 기대되는 행동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내 예술의 주제였으며, 이번 전시는 심리적 구속에 대한 다양한 감정적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
본 전시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해방된 여성 정체성을 발견하는 조용함과, 때로는 더 부드럽고, 추상적인 과정과 그것을 제약 없이 드러내는 즐거움을 담았다. 매우 미묘한 감정을 담는 도구로 여성 캐릭터들을 사용하며 그들은 질문하고 추정하는 또 다른 단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길을 이끄는 힘과 저항에 대한 은유로 아나카오나를 사용하며 사회적 제약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된 여성들의 비네트에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냈다.
그녀가 어떻게든 자랑스러워할 거라 믿고 싶다.
- Tania Marmolijo (전시 팜플릿)


작가의 말이 워낙 좋아서 작품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 따위는 필요없다. 그저 작가의 말대로 작품 속에 드러나는 여성의 힘과 세상에 저항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작품에서 눈빛과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나카오나의 자세나 시선, 그리고 작품 속의 작은 소재들은 대개 어디선가 보았던 것들로, 고전 회화에서 착안해 온 것으로 보인다.

세부 표현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무엇보다 큰 눈망울에서 그림 속 아나카오나가 갖는 정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타니아 말모레호가 갖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본다. 눈이 영혼의 창이라 해도 그 영혼을 제대로 구현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오랫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그려왔을까. 그 과정 속에서 이러한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구매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으리라. 한 인간이 가진 당당함을 곁에 두고 느끼고 싶다면 말이다.

당당해질 수 있어야 한다!


언택트 전시리뷰 - in아트


마지막으로 let it go를 들으며


예술은 공감이다 - in아트

이 글은 '아트렉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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