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아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Oct 31. 2021

(전시 리뷰) 원성원_사진/회화_아라리오갤러리

전시명: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작가: 원성원

전시: 들리는, 들을 수 없는

일정: 2021년 10월 5일~11월 13일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이 글은 '아트렉처'에 연재했던 글이다.

참 섬세한 작업이다. 수많은 사진들을 겹치거나 자르고 조합하는 일은 참 어렵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사진 편집이 얼마나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일인지 알 것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섬세함을 필요로 하고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짜증을 동반하는 일인지도 알 것이다. 게다가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 봐야 하니 눈도 피로하다. 그런데 1500~2000장 정도의 사진을 편집해야 한다면 어떨까. 원성원 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수많은 사진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자아낸다.


<들리는, 들을 수 없는>라는 이번 전시에서 원성원 작가는 사진 꼴라주와 회화를 선보인다. 사진 꼴라주는 앞에서 본 것처럼 수천 장에 이르는 사진을 포토샵으로 편집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여기에 예술적 감흥을 입히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했을까. 회화는 사진을 찍으며 받았던 식물들에 대한 인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보면 식물들이 가진 특별한 형태를 사진 '접사'로 담아 이를 그림으로 담았다. 사진 꼴라주가 역시 회화로 표현했다 하더라도 멋있을 듯하다.  


작품은 수많은 나무, 풀, 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경이다. 그런데, 작품엔 사람이 없다. 물론 사람 없이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나무와 풀과 물이 곧 사람이다. 작가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를 의인화해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 유형의 관계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삶이란 각자는 각자의 삶에 있어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조연이니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전시 주제처럼 사람들의 관계엔 들리는 것도 들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서로의 말이 들리기도 하고, 서로의 말을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애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작품의 중심과 주변을 차지하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도 중심과 주변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다 다르다. 누군구 나무가 되고 싶어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고, 풀이 되고 싶어 풀이 되는 것이 아니며, 물이 되고 싶어 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지만 그 생김새로 인해 서로 다른 존재로 구별되기도 한다.


전시장에 가 보면 알겠지만 거대한 크기의 작품 속 널따란 전경이 야생의 밀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작가가 한땀, 한땀 다듬은 하나, 하나의 생명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애쓰며 버티고 서 있다. 이처럼 멀리서 보면 자연은 하나의 덩어리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나무, 하나의 풀, 그리고 한줄기 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며 다양한 형태의 삶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담은 것 또한 옹기종기, 아옹다옹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영상으로 보는 전시-in아트

https://tv.kakao.com/v/423540698

영상을 통해 작가의 섬세한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은 공감이다 - in아트

https://www.basolock.com​​




매거진의 이전글 (전시 리뷰) 타니아 말모레호_회화_엘리제레 갤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