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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ug 31. 2021

(갤러리 @바솔) 맹은희_회화

내가 만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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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패턴과 그 패턴의 반복, 그 패턴을 통해 만드는 공간감과 입체감, 그리고 하얀 빛이 감도는 푸른 계통과 푸른 빛이 감도는 하얀 계통이 갖는 밝은 색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안정감과 깊이감의 분위기


맹은희, The unknown world 19-3 arylic on cavas 41X53cm, 2019


- 그래서 맹은희 작가의 작품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처음 봤을 땐 명상을 하시는 분인가 하는 호기심이 들었으나 직접 만나 들어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맹은희 작가의 그림에서는 명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그가 하는 작업 자체가 하나의 명상과도 같을 것이다. 계속되는 집중, 작품에 집중하며 다른 것들을 잊는 망각, 자기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시도, 그리고 이를 캔버스에 하나의 형태로 드러내야 하는 시각적 고뇌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시간은 오롯이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같기 때문이다.


2017 작업노트 일부
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완벽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작업할 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한다. 긴 시간 창작에 노출시켜 살아온 나의 몸은 작업하기에 적합한 몸틀로 체화되어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표현하고 그 느낌 그대로 전달한다.  나는 사유 대신 직관으로 표현하며 작품과 호흡하는 그 시간 속에 있고, 움직임이 순간 정지 된 것과 같은 작품 속에 있다. 때로는 그런 나를 바라보는 관람객이 되어 창작자의 절박함을 바라본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우연한 기회에 - 물론 그 우연함은 오랜 시간 투자한 노력 속에서 얻어진 것이겠지만 - 그은 하나의 선이 그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전 구상의 세계에서 현재 추상의 세계로 옮아간 것도 그 선 하나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시작한 작품이었을지 모르지만 긴 시간 공을 들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은 하나의 면이고 면은 하나의 선이다. 그 선과 면이 끝없는 원형을 이루어가며 특별한 질감을 만들어내고 의식의 공간을 창조한다.


무엇보다 맹은희 작가의 작품은 전형적이지 않다. 물론 누구나 전형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겠지만 전에 볼 수 없는 스타일을 창조해 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 자체에서부터 전형적 틀을 벗어나 있다. 한 번에 그리지 않으면 말라버리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작가는 온몸으로 집중해야 한다. 그 노력의 대가로 독특한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아크릴 물감은 거친 질감으로 깊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작품이 갖는 공간감과 깊이감은 이런 작업 방식에 상당히 기대어 있을 것이다.


2019 작업노트 일부
빠르게 건조되는 아크릴이라는 물감을 이용해서 순간의 붓질, 그 찰나에 오로지 작품과 호흡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감의 충돌 현상과 반복되는 행위 자체를 강조하여 집중하는 그 시간에 의미를 둔다. 그과정은 이미 알고있는 현상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이 뒤섞여 극대화 되어 나타나서 내존재의 흔적을 확인한다.


맹은희, The unknown world 19-35 mixed media on cavas 80.3X116.7cm, 2019


한편으로, 그의 작업 방식은 3d 프린팅을 떠올리게 한다. 일정한 패턴으로 프린팅하여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다 보면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프린팅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잉크를 분사하는 모습과 일정한 붓질이 만들어내는 원형의 패턴이 그렇고, 현실의 공간에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팅과 캔버스의 공간에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무엇보다 캔버스라는 평면에 3d 프린팅의 생산물처럼 부피감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물론 3d 프린팅이 만들어야 할 것을 만든다면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본인이 뜻하지 않은 결과물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선을 크게 한 바퀴를 돌릴 때와 선을 작게 여러 바퀴를 돌릴 때, 손과 손목에 힘을 주어 질감을 더 넣거나 덜 넣을 때, 미리 구상한 대로 붓질을 하거나 전혀 예기치 않게 흘러가는 붓의 움직임에 자신을 내맡길 때, 이러한 형태일 거라 예상하며 캔버스에 붓을 내밀었을 때 전혀 다른 형태와 마주할 때, 작가는 창조를 경험하고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2020 작업노트 일부
나는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림의 대상으로 정하지 않는다. 색이나 자율적인 형태로 표현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알지만 여전히 창작의 본능으로 작업한다. 불완전함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며 무한반복 하는 행위는 인간의 일상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 없지만 자신의 흐름 속에 삶을 맡기며 현재를 살아가듯, 나의 작업도 그렇다.


맹은희 작가의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영감은 반복되는 그의 작품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반복되는 작업의 연속에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정 생활에서도, 자신의 일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완벽하기를 바라며, 포기하지 않고 지속했던 회화 작업이 이루어놓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때론 감상자는 작가의 작품 이면에 담긴 작가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작품에 쏟은 열정과 인생에서 감내해야 했던 그 무게를 안다면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작가와의 인터뷰, 작가의 작품노트, 그리고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현재 맹은희 작가는 '히든엠갤러리'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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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희 작가의 작품 - 언택트 전시회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보았다.


예술은 공감이다 - in아트

이 글은 '아트렉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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