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개봉일: 2020. 10. 07 / 상영 시간: 82분
이 영화는 ‘방랑 식객’이라 부르는 임지호 요리사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이다. ‘방랑 식객’이라는 말처럼 그는 평생을 방랑하며 자연에서 얻은 온갖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그 방랑의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그에게는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의 두 명의 어머니가 있다. 낳아준 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해 쫓겨났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고 아이를 낳았으나, 그 아이를 기를 형편이 되질 않아 다시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와 그를 맡겼다.
다행히, 길러준 어머니가 그를 친자식처럼 품어주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주변에서 주워왔다는 놀림을 받아야 했고, 어느날 생모가 자신을 집에 데려다 주던 날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안 순간, 그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 그렇게 생모의 흔적을 찾아 떠난 그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긴 방황 속이서 정신을 차린 그는 요리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슬픔과 마주해야 했다. 자신을 따뜻하게 길러준 어머니 또한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임지호 요리사 역시 방황을 하리라 생각지 못했을 테고 그 방황이 죽을 때까지 지속될 줄 몰랐을 것이다. 또한 평생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헤맬 줄은 몰랐을 테고, 그 그리움을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밥을 해주며 정을 나누면서 살아갈 줄도 몰랐겠지. 조금 더 가볍게 살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삶은 반은 자신의 의지대로 반은 어쩔 수 없는 운명대로 살아가나보다.
영화에서 그는 지리산의 한 마을에서 만난 노부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어 드린다. 자신의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은 그분들을 위해 요리하는 시간이 임지호 요리사에겐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분들이야 임지호 요리사가 누군지 알 수 없고, 그저 아들 같아 좋아했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그들에게, 낯선 이들의 방문도 뜸한 그곳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밥을 얻어 먹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그것이 ‘밥정’의 의미겠지.
그런데, 얼마 뒤, 그 노부부 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을 접한 임지호 요리사의 표정이 착찹하다. 착찹하기보다 무언가 복잡하다. 그리고 또 다시 그곳으로 향한 그는 3일 밤낮 그 할머니를 위한 마지막 저녁을 차린다. 무려 백 여덟 가지의 음식. ‘108’은 불교에서 ‘108 가지 번뇌’를 일컫는 숫자인데, 아마도 할머니가 좋은 곳에 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108가지의 음식을 마련하였을 것이다. 그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절로 마음이 짠해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먼저 한 생각은 영화의 제목이 아쉽다는 점이었다. 임지호 요리사가 밥으로 정을 나누었고, 유명한 요리사였다는 점에서 ‘밥정’이란 제목을 지었을 거라 짐작한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위한 밥 한 끼’, ‘그리움이 담긴 밥상’과 같은 의미가 함축된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임지호 요리사가 정말 찾아 헤맨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니까. 무엇보다 그런 그가 너무나 빨리 돌아가셔서 정말 안타까웠다(2021년 임지호 요리사는 60여 년의 생을 마감했다).
- 그곳에서 어머니와 만나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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