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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Oct 28. 2022

죽을 때까지 건강하기

사회의 건강이 개인의 건강으로


동양에서 인간의 오복(五福)으로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을 꼽는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강녕, 즉 건강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강녕’하다,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로 지금은 잘 안 쓰지만 밤새 편안하게 주무셨냐는 의미이다. 일종의 안부 인사이다. 밤새 안부 인사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나, 몇 백년 전이라면 밤새 ‘안녕’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흔한 일이었기에 이 말은 겉치레 인사가 아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서 유행어가 된 “밥 잡솼어?”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요즘에서야 밥 못 먹는 사람이 줄었지만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굶어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밥을 못 먹어 배곯는 사람들이 많았고 밥동냥 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은 정말 강산이 바뀌고 우주가 바뀔 만큼 큰 발전이 있었다. 물론 여전히 굶은 사람이 있고 절대적 가난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밥 잡솼어?
밥은 최고의 안부


특히 의학의 발전은 인간이 더 오랫동안 건강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더욱이 운동이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운동을 하고 그것이 좀더 건강한 인생을 누리는 데에 실제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청결’에 대한 관념이 발달한 것도 건강에 기여했다.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실제적인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오래 사는 것만큼이나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현대 사회이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 들어 정신적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심해지면 정신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잘 자야 건강한데 잘 잘 수가 없다. 마음이 평안하면 몸이 고장 나고, 육체가 튼튼하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채워지지 않기도 하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소시오패스 범죄와 같이 정신적인 문제로부터 비롯되는 매우 악랄한 범죄들도 큰 문제이다.


한편으로 작은 거 하나에 모든 게 무너지기도 하는 게 인생사,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고 불안해서 두려운 것도 문제이다. 20세기 들어 서양문명에서는 '불안'을 소재로 한 사상과 예술이 등장하였는데, 거기에는 붙잡을 수 없고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사회 구조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그 불안과 공포가 깊어지기도 한다. 이제 한국 사회 역시 그런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를 가진다는 건 정말 이상적인 말인지도 모른다. 이빨 하나 흔들려도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고, 생채기가 나도 온 신경이 그곳으로 쏠리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한편으로, 인간이란 이렇게 나약한 존재일 때도 있는데, ‘인간’으로 산다는 게 뭔가 싶기도 하다. 대단할 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목숨 부지, 죽고 싶지는 않은 게 이상할 따름이다. 그것이 인간이고, 인간의 욕망이다.


개인의 건강 만큼 사회의 건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건강의 조건이다. 의미가 목적을 만들고 목적이 열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정신적, 물질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의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건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민 의식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선진국’에 올라선 한국에서 여전히 굶는 사람들이 있고 가난으로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안전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기득권과 정치인의 부정부패 또한 여전하다. 한 개인의 건강은 그 사람의 유전자, 의지, 지식, 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사회의 건강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각자가 이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것 역시 시민의식이다.


그래서 인간이 지향하는 가치, 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다룰 필요도 있다. 사회적 수준에 따라 그 사회의 건강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여러 기본권들을 보장하고 이를 하기 발전시키기위해 노력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간단해 보이지만, 그리고 너무 추상적이지만, 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희생해 왔다. 그 위에 지금의 인류가 발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건강’이란 의미에 대해. 그리고 이 사회의 건강함과 나의 건강함을 함께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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