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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19. 2024

도덕경 23장 회오리바람도 소나기도 언젠가는 그치니

얻으면 얻는대로 잃으면 잃는대로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23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말이 적은 것(어떠한 개입이 적은 것)은 스스로 그러하기(自然, 본디 그러하기) 때문이다. 회오리바람도 아침 한나절이면 끝이 나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리진 않는다. 누가 이렇게 하는가? 바로 하늘과 땅(우주 / 자연)이다. 하늘과 땅도 이럴진대, 사람의 일이라고 다를까.


그리하여 도에 종사하는(따르는 / 좇는) 사람은 도에 동화되고, 덕에 종사하는 자는 덕에 동화되고, 둘 다 잃는 사람은 둘 다 잃은 상황에 동화된다. 도는 도에 동화된 사람을 얻어 즐겁고, 덕은 덕에 동화된 사람을 얻어 즐거우며, 둘 다(도와 덕) 잃음은 둘 다 잃은 사람을 얻어 즐겁다.


믿음이 부족하니 믿음이 부족해진다.



해설


노자 도덕경에 등장하는 자연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인간을 둘러싼 환경, 자연물을 가리킬 때의 그 자연이다. 그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겨나 태어난 모습에 따라 살다가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그런 맥락에서 다른 하나의 의미인 스스로 그러한, 본래 그러한 것들을 가리킨다.


회오리바람도 아침 한나절이면 끝이 나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리진 않는다. 그것이 자연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최근엔 기후 변화 또는 기후 이상으로 자연스럽다 여긴 현상들이 더는 자연스러워지지 않고 있다. 사막에는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고, 북극은 더워져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들은 마찬가지이다.


노자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마 자연을 빗대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산이 폭발하기도 하고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고 태풍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레 북극이 남극이 되거나 남극이 북극이 되는 변화는 없었으니까(물론 여태까지는 그렇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변화에 너무 많은 개입을 했기 때문이다. 말이 적다는 것은 곧 다른 무언가의 개입이 없고, 본래 그러하고 스스로 그러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고대인들은 자연을 기준으로 삶을 살아왔고 그것은 영원히(수십 수백 만 년에 이르는) 지속되기에 바뀌지 않는 기준으로 여겼다. 물론 다른 무엇보다 신이 기준이 될 때도 있었지만.


노자는 인간의 삶이라고 자연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회오리바람이나 소나기와 같이 가끔 일어나는 자연 현상은 언젠가 멈추거나 사라진다. 그러하니 혹여 인생에 벌어지는 큰일이라고 해서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노자는 ‘도를 넘지 않는’ 순응의 태도를 지향한다. 받아들임. 그러하니 도를 따르면 도에, 덕을 따르면 덕에 동화되고 그것을 얻어 즐겁다 표현했다. 그런데 노자는 도와 덕 둘 다 잃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보았다. 이는 도와 덕이라 해서 너무 대단하게 여기지 말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큰일이라 해도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다.


22장에서도 보았듯 잃는다 해서 영원히 잃는 게 아니고, 얻는다 해도 영원히 얻는 것은 아니다. 잃으면 또 얻을 기회가, 얻으면 또 잃을 가능성이. 그러하니 회오리바람이 일고 소나기가 내리듯 질주하고 폭주하지 말란 의미이기도 하다. 잃으면 잃는대로 얻으면 얻는대로 다들 즐겁다면 그것대로 즐거울 일이 얼마나 많은가.


믿음이 부족하니 믿음이 부족질 뿐, 현실은 어떤 믿음을 가지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자기 안의 의심이 없어야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 둘 다 잃어도 괜찮다. 어떤 상황이든 용기를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그말은 진짜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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