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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18. 2024

도덕경 22장 오목해야 평평해지니

삶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22장 번역 및 해설


본문


오목해야 평평해지고, 굽어야 곧아지며, 움푹 패여야 채워질 수 있고, (가진 상태가) 적어야 얻을 수 있으며, 많으면 갈팡질팡해진다. 그리하여 성인은 하나를 품어 천하의 본보기로 삼는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밝아지고(돋보이고), 스스로 옳다 여기지 않으니(고집하지 않으니) 맑아지며(세상이 우르러 보며), 스스로 떠벌리지 않으니 공이 그에게 돌아오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오래갈 수 있다(오래도록 성공을 유지할 수 있다). 다툴 생각이 아예 없으니, 세상이 그와 다투려 하지 않는다.


옛말에 이르길, “오목해야 평평해지는 것이 어찌 허언이겠는가. 평평해지면 다시 돌아갈 뿐인 것을(다시 오목해질 터인데).”



해설


'갈마든다’는 표현이 있다. 번갈아든다는 뜻. 낮과 밤이 그렇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렇다. 또는 밀물과 썰물이 그렇다. 해와 달도 그렇다.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차오른다.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오고, 다른 하나가 차지하면 또다른 하나가 가버린다. 때가 되면 바뀌고 때가 되면 스러지기도 한다.


삶도 그렇다. 좋은 일이 있기도 하고 나쁜 일이 있기도 하다. 좀 살만하면 몸이 아프고 아픈 몸이 나으면 새 삶이 시작되기도 한다. 돈을 벌어 신나는데 일이 너무 많아져서 돈도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다고 시작한 일도 어느날은 하기 싫어지고,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인데 하다 보니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갈마든다. 2장의 변주, 22장이다. 긴 것은 짧은 것을 품고 있고, 약한 것은 강한 것을 품고 있다. 굽은 것은 곧은 것을, 움푹 패인 것은 평평한 것을 품고 있다. 슬픔은 기쁨을, 괴로움은 평안함을 품고 있다. 슬퍼야 기쁨을 알 수 있고 괴로워야 평안함도 알 수 있다. 삶의 온갖 순간들을 하나로 엮어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성인은 하나를 세상의 본보기로 삼는다 말했다. 이 하나란 양극단을 아우르고 양 극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과 저것을 아우르는 동시에 언젠가 이것이 저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는 일이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삶의 조화와 균형을 깨닫고 현실에서 그 균형감으로 모든 일에 대처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3장에서 보았듯 총애를 입던 사람이 어느 한순간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늘 굴욕을 당하던 사람이 어느 한 순간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측면을 두고 노자는 하나라  말했다. 숫자 1이라기보다 커다란 하나. 원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고대로부터 원을 완전한 도형으로 여기고 종교나 철학의 상징으로 여긴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오목해져야 평평해진다는 건 결국 지나침을 경계하며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도이다. 사실 조심하며 살아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다만 더 큰 일이 발생하거나 더 큰 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것도 중요하다. 욕심 내지 않고 원만히 살아야 한다는 옛어른들의 말씀도 이런 맥락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성인은 스스로 드러내지도, 옳다 하지도, 떠벌리지도 뽐내지도 않는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나치면 넘치고 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경계하며 조심스레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안의 갈등이 없으니 세상과 다툼이 없다. 이러한 노자의 생각은 처세술의 원형이 되어 후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와 풍요는 꼭 돈이 많아 넘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기 삶을 과도함 없이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선순환을 만들어야 부와 풍요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태극’ 문양을 통해 이를 표현했다. 음과 양이 갈마들며 이루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제. 결국 내 삶을 두루 살피는 지혜.


그것이 노자가 오늘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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