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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n 15. 2024

도덕경 30장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다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노자 도덕경 30장 번역 및 해설


본문


도로써 지도자를 보좌하는 이는 병기(병사와 무기)로써 천하를 강제로 취하지 않는다. 전쟁은 전쟁을(폭력은 폭력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군사가 지나간 곳(전투가 벌어진 곳)에는 가시나무가 자라고(쑥대밭이 되고), 대군이 머물다 간 곳엔 반드시 흉년이 든다.


정말 (정치를) 잘 하는 이는 결과만을 얻고자 하니(통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니), 강제로(폭력으로) 얻으려 하지 않는다. 결과를 얻었다고(통치가 이루어졌다고) 자랑하지 않고, 결과를 얻었다고 떠벌리지 않으며, 결과를 얻었다고 잘난 체 하지 않는다. 결과를 얻고자(통치를 이루고자) 어쩔 수 없이 일을 벌이지만, 결코 강제로 얻지 않는다.  


한 사물이 무언가를 하고자 마음먹으면 곧 늙음이 오니(에너지를 소진하니), 이는 도가 아니다. 도가 아닌 것은 빨리 끝날(죽음에 이를) 뿐이다.


만물이 생장하고자(조숙하고자) 하면 노쇠하니, 이는 도가 아니다. 도가 아닌 것은 빨리 끝날(죽음에 이를) 뿐이다.



해설


2001년이었다. 미국의 중심부인 뉴욕의 국제무역센터에 여객기가 돌진하면서 두 채의 빌딩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슬람 근본주의세력인 알카에다의 테러였다. 세계 최강의 국가를 자부하는 미국으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대통령인 부시는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알카에다 세력의 관련 국가이자 근거지로 지목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차례차례 침공하면서 전 세계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2022년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났다. 이번엔 유럽이 무대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쟁이 일어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21세기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국가 대 국가 간의 전면전. 미사일이 날아들어 아파트가 무너지고 수백 만의 난민이 발생했지만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사에 전쟁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또다른 깨달음!


그리고 몇 년 후, 2023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레알에 침투하여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납치했다. 일명 ‘중동의 화약고’. 곧이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시작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은 말그대로 쑥대밭이 되었다.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고 그들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전쟁을(폭력은 폭력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명제가 사라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당한 폭력을 잊지 못하고, 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가 행한 폭력을 다시 배운다. 그렇게 폭력의 역사가,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마치 당연한듯 대를 이어 전해진다. 어느 순간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다.


노자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전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가시덤불만 남고 흉년이 드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어쩔 수 없으나- 전쟁을 해야 한다면 이를 자랑하거나 떠벌리지 말고, 비록 그렇게 해서 다른 나라를 점령한다 해도 잘난 체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자는 만물이 생장하고자 한다면, 다시 말해, 무리하게 크고자 하면 곧 노쇠하여 죽음에 이를 것이라 말한다. 이는 전쟁을 가리킨다. 병사와 무기를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고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면 남은 것은 폐허뿐이다.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그리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그걸로 멈추어야 한다. 폭력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하여 노자는 폭력이라는 강제성을 띠는 정치는 도가 아니라 말한다. 노자가 말하는 도는 허무맹랑하거나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니다. 그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시대에 일어난 숱한 전쟁을 지켜보면서 얻은 깊은 깨달음이다. 폭력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평화 이외에는 없다. 도를 지키는 것은 무기를 내려놓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대중가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노래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고(이 전쟁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흑인차별에 대한 인권운동이 일어날 당시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안겼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훌륭한 미국 음악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 밥 딜런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들이 있어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산이 씻겨서 바다로 내려갈까?
사람은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31화부터는 새로운 연재 브런치북에서 시작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블로그 바스락(홈피)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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