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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Feb 17. 2016

몬드리안의 이상(李箱)

몬드리안과 이상이 만나다

몬드리안의 그림에 이상의 시를 배치해 보았다. 회화와 시에 대한 구조적, 그리고 건축학적 접근이랄까. 이에 대한 '감성적 이해'이다.
이상의 시를 몬드리안의 작품 속에 재건축해 보았다
몬드리안의 그림과 이상의 시에는 묘하게 닮은 데가 있다.

수학으로 시작하여 이상적 시야로 마감되는 건축. 각각의 단위는 그 하나로서 큰 의미가 없지만 쌓아올려 보면 알 수 있는 은유. 무언가를 뚜렷이 드러내기 보다 더욱 감춘 잠은. 스스로 파헤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비밀로 가득차 있지. 자기만이 아는 기호로 쌓아올린 의미의 집합들.

황금비율로 분할하여 흠잡을 데 없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몬드리안의 그림과 한 문장 한 문장 살짝 뒤틀리는 단어와 문장을 집결시켜 하나의 형식을 구축한 이상의 시.

수없는 반복과 수많은 재생
이라니
기발할 수밖에.

단 하나의 정형은 (마치 이데아처럼 말이야) 오직 하나의 완벽한 존재를 기릴 뿐. 하지만 그 정형이 둘이 되고 셋이 된다면 어떨까. 무엇을 정형이라, 무엇을 완벽이라 부를 수 없겠지. 세상엔 백조뿐만 아니라 흑조가 존재하는 것처럼 어디든 예외는 있는 법.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세상을 구축하는 일. 그럼에도 남들이 만져볼 수 있는 일부를 내어주는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다면 최상이지. 두 천재는 그래서 최고이다. 몬드리안의 사각형이 가진 질감을 만져보고 이상의 시가 가진 부피감을  측정해 보면 알 수 있지. 그들이 쌓아올린 세상과 그들이 파내려간 인식의 깊이를.

도로를 질주하는 아해를 따라, 길게 뻗은 문장을 달리는 아해를 따라, 글자와 글자 사이를 지그재그로 뛰어가는 아해를 따라, 막다를 길에 내몰린 아해를 따라,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두려움에 가득 찬 아해를 따라, 그 뒤를 따르는 또 다른 아해를 따라, 그렇게 반복되는 아해를 따라, 이 반복이 끝없을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이르러, 그리고 끝이 없다는 문장이 주는 무한에 대한 두려움에 이르러, 몬드리안의 이상에 다다라.

보라, 눈 앞에 펼쳐진 존재의 향연을
-미디어와 톡을 엮은 감성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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