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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06. 2016

왜 철학은 어려울까? 그런데 왜 궁금할까?

차곡차곡 철학하기(일편)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사는 게 힘들어 해답 좀 찾고자 철학책을 뒤져보면 철학책이 내놓는 해답은 해답이 될 수 없고 머리만 아프게 만듭니다. 흔히 말하는 '뜬구름 잡는 소릴' 해대기 때문이죠. 철학책이 내놓는 해답을 이해하기 전에 지쳐버리니 결코 조우할 수 없는 연인과도 같은 인상으로 남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다다갈 수 없고 아예 등을 돌리자니 자꾸만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알고자 하면 모를 것이요, 모르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뜬 구름 잡는 소리'
= 일상적인 것과의 거리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는 철학이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매우 압축적이고 함축적인 생각들을 하나의 단어에 구겨 넣거나 차곡차곡 쌓아올려야 하기에 불가피한 일이지만 철학을 모르는 이들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존재'라는 말이나 '초월'이라는 개념과 같은 철학적 용어들은 어렵기도 하고, 사용할 일이 거의 없으니 생소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개념들이 다반사로 등장하니 숨이 막히겠죠.


그런데, 왜 이 어려운 철학을 알고 싶을까요? 아마도 누구나 철학적인 생각을 해 보았기 때문이라 봅니다. 살면서 한번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이나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지?" 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인간의 삶에 매우 본질적이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기에 '철학'에서 다루는 질문이 익숙한 데 비해, '철학의 해답'은 어려워 혼란을 느끼게 되죠.

'철학적인 질문'과 '철학의 해답'에
가로놓인 큰 차이

"사는 게 뭐 있어, 밥만 먹고 살면 되지."라고 말하는 것과 "사는 게 무얼까? 밥만 먹으면 사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죽는 것과 사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라고 자문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하는 것도 사실 꽤 피곤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더 나은 해답을 찾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죠. 그냥 밥 먹고 잊어버린다고 해서 잘못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엔 살아가야 할 이유로서 마땅치 않아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사는 게 무엇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죽어야 하는지. 그렇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면서 또 다른 질문으로 연결해 나갑니다. 어느덧 질문은 배가 되고 제곱의 배가 되고 세제곱이 되면서 무한대로 늘어나죠. 해답은 또 어떤가요. 나에게만 알맞은 이유만을 찾지 않습니다. 나에게만 맞으면 그것이 어떻게 보편적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에게도 맞고 너에게도 맞는 해답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죠.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참이어야 한다는 철학의 전제 조건

여기에서도 맞고, 저기에서도 맞고, 과거에도 맞고, 미래에도 맞아야 하니 더욱 포괄적이고 더욱 심도 있는 사고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다 충족시키다 보니 다루는 개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보다 수십 배는 사고하고, 수십 번은 고민해 내린 결론, 그리고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태도, 게다가 나름의 결론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까지. 이런데 철학이 쉽다면 철학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다른 말로 '보편성'이라 부릅니다.

철학자들은 평생을 바쳐 철학적 질문에 답하고, 보편적인 해답을 찾아 헤매기를 서슴치 않죠.

그렇게 찾은 해답이 누군가에게 정답이 될 수 있다면, 이것이 철학자의 소망입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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