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의 『서울 이데아』를 읽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도시, 서울. 한국의 모든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이자 ‘특별’시인 서울의 사람들은 늘상 행복해 보이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서울 이데아』 속 준서는 이십 년간 모로코와 파리에 살았다. 교포인 그는 자신이 발 붙이고 사는 곳에서 늘 ’이방인‘이었다. 준서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서울에 가면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한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준서는 한국에서도 이방인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언제나 사회의 주류에 속하려 발버둥쳤지만, 그러한 노력은 준서를 오히려 더욱 초라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지녔고,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나 역시도 준서처럼 늘 길을 잃고 방황한다. 어쩌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원일지도 모른다. 뿌리내릴 곳을 영원히 찾아 헤매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적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람은 꿈을 갈구하는 만큼 방황하게 되어 있단다. 혹시 길을 잃더라도 주저하지 말거라.“
서로를 이방인이라 규정하고 밀어내기보다는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혼란에 대한 어렴풋한 답을 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