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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가나오는영화 Mar 07. 2023

나의계절 한 조각.

세상의모든계절을 보고, 영화에세이2:)


세상의모든계절에서 나의계절의 한 조각을 떼어내다.

호시탐탐, 리뷰


세상의 모든 영화를 알면 좋으련만 시간은 한정적이고, 넘쳐나는 영화들 속에 놓친 부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영화를 글쓰기 수업에서 소개받고 보고 난 후 와 세상에 진짜 또 좋은 영화들이 많은데, 소개를 받지 못했더라면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세상의 모든 계절이 그랬다. 마이크 리라는 거장 감독의 영화인데, 오즈 야스지로와 같이 키친 싱크 리얼리즘이라고 분류되는 영화들을 찍는다고 한다.- 사실 찍고 난 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 하며 형식이 불리는 거겠지만ㅎㅎ


영화를 보면서 시간이 아까운 것이 제일 견디기 힘든 지점인데, 한순간도 아깝지 않다.

한 쇼트도 버리고 싶지 않고 다 눈에 담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는 일상을 담고 있고 에피소드 형식이라 우리가 아는 흔한 상업영화의 양식이 아니지만, 심층 서사가 워낙 깊어서 보면 볼수록 곱씹고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걸 보는 순간, 생각을 사유하는 순간. 광활한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여러 번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다.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초점이 될 것이며, 누군가는 안타깝지만 누군가는 답답할지도, 누군가는 불쌍히 여기지만 누군가는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할 것이 분명한 영화다.


어느 누군가의 평을 보니 공포영화 같다는 리뷰도 보았다….


내가 본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은.. 음…. 주인공 편에서 본다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이 4;6 비율로 섞여서 표현이 될련가 싶다.



세상의모든계절에서 나의계절의 한 조각을 떼어내다.




나에게는 제리 같은 지인도 있고 메리 같은 지인도 있는 듯하다.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면 메리 같은 언니가 생각난다.

그녀는 공황장애에 우울증 약을 복용할 정도로 마음이 많이 무너져있는 채로 십수 년간 산 여성이다.

내가 감히 그녀의 마음에서 오는 고통을 상상할 수 있나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는 20대 중반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풋풋하고 밝은 모습으로 만났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다른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게 다름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

밝은 모습은 어찌 보면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자 가면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메리처럼 과장스러운 부분이 다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많이 어리고 미성숙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었던 것 같다.



근데 알면 알수록,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뭔가 찝찝하고 무서워졌다고 해야 할까?

이야기하다가 분에 못 이겨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던가, 허황된 얘기를 한다던가..

감당이 안 되는 순간이 있었다.

오래되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같이 동조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기가 쪽쪽 빨려나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제리가 메리를 대한 듯처럼은 하지 못했다.


일관적인 그녀의 모습과는 반대로

나는 내가 감당이 될 때는 연락을 했다 내가 그게 힘들어지면 연락을 끊었다를 반복했다.

나는 철저히 이기적이었다.


신경이 쓰여서 연락을 할 때는

언니가 사는 원룸에 들려서 고양이도 돌봐주고 청소도 해주며 과하게 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언니랑 연락하는 게 버거운 느낌이 들면 자연스레 연락을 끊었다.



내가 제리의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일정하게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언니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까?

우린 그때 보다 더 잘 지낼 수 있었을까?




어느 날 그녀의 생일이 되었고 카톡 생일인 친구에 그녀의 프로필이 떴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결혼사진과 갓난아기 사진으로 뒤덮여 있었다.

지금은 서울을 떠나 고향에 다시 내려가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은 것 같다.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조금씩 내쉰다.


잊고 있었지만, 내 안의 잠재의식이 그녀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나 보다.


가슴이 조금은 뚫린 것 같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난 또 이기적으로 내 죄책감을 달랜다.


세상의모든계절 원제:another year

감독:마이크 리

배우:짐브로드벤트,레슬리맨빌,러스쉰

개봉: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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