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 그리고 한강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어른은 삶을 대하는 철학과 가치관이 잘 정돈된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엄격하며 타인과 세상에는 유연하고 친절하다. 어른 상실의 시대라서 품격 있는 어른이 더욱 귀해졌다. 품격 있는 어른을 판별하는 객관적 기준 중 하나는 그가 쓰는 언어다. 그는 단어 선정에 신중하며 그의 언어는 논리적이며 그 속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의 언어에 걸맞게 끊임없이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삶의 루틴을 통해 단단해진다.
품격 있는 어른으로 두 사람이 떠올랐다. 셰프이자 작가인 에드워드 리와 소설가 한강이다. 두 사람은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과 교감하며, 삶의 본질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신념을 지키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사람 – 에드워드 리
에드워드 리는 단순히 음식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요리하는 철학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한국 전통 음식에 깊이 매료된 에드워드 리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한국 발효 음식과 미국 남부 요리를 접목한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였다. 이는 단순한 퓨전 요리가 아니라 그 속엔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조화를 시도하는 그의 요리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그는 한 그릇의 음식이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라고 믿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 농부들과 협업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유통 시스템을 만들었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의 성공은 개인적인 성취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와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었다.
“품격 있는 어른이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면서도 타인과 더불어 함께 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이다." 에드워드 리는 이를 삶에서 증명해 냈다.
깊은 성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사람 – 한강
한강 작가는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 뿐 아니라 차분하게 때론 강렬한 울림으로 역사의 아픔을 전한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평범한 개인이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했던 시대의 슬픔을 시적 산문으로 승화시켰다. 독자는 그녀의 아름답고도 절절한 문장을 통해 죽어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가슴 시리게 마주하게 된다.
한강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은 시적 언어로 빈 여백의 공간에서 더 큰 울림을 준다. 이는 단순한 글쓰기 기법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오랜 시간 깊이 사유하고, 그 감정을 충분히 소화한 후에야 글로 옮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마음에 박힌 문장은 살아있는 내내 우리와 함께 한다.
"품격 있는 어른이란, 타인의 슬픔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성찰하고 그 아픔에 진정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강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를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소위 대한민국에서 많이 배웠다는 자, 모두가 선망하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행태를 보고 있자니 부끄러움을 넘어 무기력함마저 느낀다. 이젠 보통의 상식과 논리, 친절함을 갖춘 어른의 존재가 너무 소중하다. 그런 어른에게서 품격마저 느껴진다면 함께 차 한 잔을 나누고 나의 허기진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 에드워드 리 그리고 한강작가와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자분자분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