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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as Dec 10. 2018

강아지, 아직도 한 사료만 먹이시나요?

내가 순환급여(Rotation Feeding)를 주장하는 이유

매일 같은 밥에

김치


오해마세요 저 김치랑 밥 엄청 좋아합니다.


365일, 2년, 5년, 10년, 평생을 매일 같은 밥에 김치만 먹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사실 배가 고프면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냐만은, 우리는 더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음식을 통해 미적 쾌감을 충족하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도 맛집 투어를 강행합니다. 저는 밥과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이지만, 때로는 바지락이 들어간 시원한 칼국수도 좋아하고, 때로는 바질과 올리브오일이 듬뿍 들어간 페스토 파스타도 좋아합니다.



동물이라고 다를까요.

개가 인간의 집 안에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한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짧은 시간동안 개는 사람이 만든 건식사료를 주식으로 먹고, 운이 좋으면 개껌과 간식을 먹는 루틴으로 변화했습니다. 사실 그 전 야생에서의 개는 스스로 먹을 것을 사냥하고 -주로 육류였지요- 그 사냥감을 먹는 과정에서 풀이나 곡물이 함께 들어갔기 때문에 육류 80%에 기타 탄수화물류가 10~20% 정도의 영양 비율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수분 없는 건빵 같은 건식 알갱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유튜브에서 건식 사료와 신선한 육류를 놓고 강아지가 스스로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게 하는 영상은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Xe2pByiRlDg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사실상 건식 사료라는 것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지 절대로 개가 먹어야만 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라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가 꼭 인간이 만든 건식 사료만을 먹어야만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할 수 있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나 사람이나, 신선한 자연의 재료를 먹고 이를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는 알러지가

있어서요


"우리개는 알러지가 있어서, 이 사료 한가지만 먹어야해요."
"닭이 원료인 사료를 먹여봤더니, 설사하더라구요. 가금류 알러지가 있나봐요."


최근, 저알러지 사료 제품이 인기입니다.

LID(Limited Ingredients Diet)라인업이 각 사료 브랜드마다 필수로 등장할 정도로, 적은 수의 꼭 필요한 재료만 사용해서 알러지를 줄였다고 홍보하는 브랜드도 많고 실제로 이 라인업은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알러지가 적은 생선을 원료로 한 사료만을 찾는 분도 많습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LID 라인업의 상품들 중에는 제대로 된 원료로 올바른 공정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상품이 많기도 합니다.


로우즈 LID 라인은 굉장히 좋은 원료를 사용해 생식 기반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좋은 제품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료제품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개의 '알러지' 라는 것에 대해 먼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알러지는 크게 음식 알러지와 환경 알러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 중에서도 음식 알러지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위장장애부터 시작해서 눈물, 피부의 붉은 반점, 귀 염증, 탈모, 털 가려움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알러지 반응은 꽤나 즉각적이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이골이 난 사람들을 위해 시중에는 '저알러지 사료'나 '예민한 개를 위한 완벽한 사료'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상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완벽한' 사료는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나, 그게 건식 사료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한 가지 사료만을 먹일 경우 개가 다양한 원료에 노출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더 알러지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성견이 되어 혹은 노견이 되어 더욱 심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를 위해 최상의 제품이라고 믿는 한 가지 사료만을 주었지만, 알러지를 더 악화시키는 셈입니다.



사람의 식생활에 비유해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는데, 한 평생 한식만 먹던 사람이 40년만에 갑자기 파스타와 멕시칸 푸드, 스테이크를 처음으로 다랑 섭취한다면, 당연히 소화장애가 생기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한 경우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파스타와 멕시칸 푸드가 좋지 않은 음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소화기관은 40년 간 한식에 주로 사용되는 원료에 맞추어져 있었을 뿐입니다. 그럼 평생 한식만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요. 그래도 됩니다. 다만, 두 가지 차이점이 존재할 뿐입니다. 첫째는, 사람은 한식으로부터 충족할 수 없는 영양소를 보충제 및 과일,채소와 각종 건강 음료 등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이며, 둘째는, 자신의 음식 기호에 따라 무엇을 먹을지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많이들 알러지라고 오해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닭고기 사료를 먹였더니 알러지 반응이 왔으니 우리 개는 닭 알러지가 있다.' 라는 성급한 판단입니다. 닭고기를 원료로 한 사료를 먹인 후 알러지가 발생했을 때는, 닭고기 자체에 알러지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료 안에 배합된 다른 원료에서 알러지 반응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곡류나 콩, 그리고 최소 영양 함유량을 채우기 위해 인공적으로 들어간 원료들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의 경우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 경우 정확히 확인해보려면, 신선한 닭고기를 깨끗히 세척한 후 그 채로 급여하거나 삶아서 닭만 급여해보세요. 이 경우 알러지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료 배합 과정에 있는 다른 원료로 인한 알러지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순환급여 어떻게

하나요


그렇다면 음식 알러지를 예방하기 위한 혹은 피하기 위한 최선책은 무엇일까요?


이미 어느정도 성장한 성견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최소 4개월마다 주식의 재료를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생식이나 화식을 하고 계시다면 닭 → 생선 → 돼지고기 → 칠면조 → 양고기 등으로 주식의 7~80%를 차지하는 동물성 단백질 원료를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바꾸어 줄 때도 천천히 섞어가며 급여해주면서 소화기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사료를 급여해주고 계시다면 브랜드 내에서의 라인업을 바꾸기 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바꾸어서 급여해주시기를 권장합니다. 주 원료 이외에 사료 안에 배합되는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아예 다른 브랜드에서 나온 다른 육류를 베이스로 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시]

1~4월 : 인스팅트 LID 오리사료 →

5~8월 : 로우즈 밀프리 치킨+연어 사료 →

9~12월 : 닥터팀 rpm 그레인프리 사료


이처럼 4개월의 텀을 두고 순환급여를 해 줄 경우, 위장이 예민한 아이들도 큰 거부감 없이 순환 급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며, 강아지들에게는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보기 때문에 먹는 즐거움까지 선사해줄 수 있습니다.


갓 어미 젖을 떼고 사료를 먹기 시작한 어린 강아지들은 특히나 더 순환 급여를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권장합니다.


테라카니스 습식사료와 신선한 닭안심을 깨끗하게 씻어서 급여해준날


저 같은 경우에는, 퍼피용 사료부터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먹여왔는데, 매일매일을 다른 방식으로 급여해 주었습니다. 그 때는 순환 급여의 중요성을 특별히 인지하고 있었던 시기는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건식 사료가 최선책이라는 맹목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거나 한 제품만을 먹여야만 안전하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결과 다행히도 힘찬이는 지금 음식에 대한 알러지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 날따라 너무 많이 먹거나 컨디션에 따라 새로운 음식을 먹었을 때 간혹 묽은 변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1회성의 설사에 크게 민감하지 않습니다. 저도 전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네, 아무튼 강아지가 정말로 아파서 구토와 설사를 하는 경우와 단순 1회성의 묽은 변이나 설사는 다르게 봐주어야 합니다. 개의 소화능력은 사람의 생각보다 더 강합니다.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들어보셨겠지만, 가끔 들판의 풀을 질겅질겅 뜯어먹다가 몇분 안되서 스스로가 그 풀을 다 게워내는 것처럼, 애초에 위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 토해냅니다. 또한, 개의 위산은 사람의 위산보다 몇 배 더 강력하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순환급여를 해주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먹이고 있는 식단이며, 제가 먹는 밥에 들어가는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그 때마다 다릅니다.


[예시]

월요일 : 인스팅트 오리지널 사료 + 마이리틀 울프 돼지고기 소프트 사료  + 코코넛 오일 한 스푼

화요일 : 비코펫츠 유기농 치킨 사료 + 삶은 알감자 3알 + 버섯을 원료로 한 관절영양제 가루 한 스푼

수요일 : 인스팅트 오리지널 사료 + 마이리틀 울프 돼지고기 소프트 사료 + 신선한 사과 1조각 잘게 자른 것

목요일 : 삶은 닭가슴살 + 노스웨스트 동결건조 연어 토핑 + 헬시브로스 닭육수

금요일 : 피쉬포독 화이트피쉬 사료 + 브로콜리 3조각 + 펫밀크

토요일 : 테라카니스 습식 캔사료 닭 + 오이 1조각

일요일 : 테라카니스 습식 캔사료 토끼 + 고구마 1조각


예시일 뿐이라서, 그 때 그 때 사료 잔여량과 제 반려견의 컨디션 상태를 고려해서 즉석에서 결정해서 주는 편입니다. 한 꺼번에 1~2kg 짜리 사료를 2~3종 한꺼번에 구매해서 구비해놓고, 거기에 섞어줄 수 있는 동결건조나 소프트 토핑 사료를 함께 구매해 놓는 편입니다. 이럴 경우 오히려 매번 다른 조합으로 음식을 줄 수 있어, 주는 사람이나 먹는 개나 모두 즐겁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정말로 농담 아니고, 즐거워 하며 먹는 제 반려견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정리해보면, 저는 아래와 같은 조합을 유지해서 순환 급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주 사료 + 토핑 사료 + 보충제 혹은 코코넛오일 + 생식류(육류,과일,채소)


힘찬이의 토핑사료와 간식바구니.


주 사료 : 건사료나 습식사료를 2~3가지로 구비해 놓는데 저는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제 기준에 넘으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는 편입니다.

토핑 사료 : 동결건조나 소프트 사료가 있는데 저는 주로 인스팅트, 노스웨스트, 마이리틀울프, 너리쉬 제품을 구비해 놓습니다.

보충제 : 잭러셀을 키우고 있고 어질리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절영양제를 챙겨먹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비츠비 제품을 먹이고 있습니다.

코코넛오일 : 입냄새와 모질 관리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데, 일반 마트에 가면 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으며, 제 기준으로는 한 통으로 몇 개월은 먹일 양입니다.

생식류 : 삶은 닭가슴살, 구운 소고기, 24시간 염분 뺀 북엇국, 삶은 감자나 고구마, 브로콜리, 신선한 과일을 그때 그때 냉장고 사정에 따라 사료와 함께 토핑처럼 줍니다.


이 경우 주의사항은, 다른 음식을 더 주고 있기 때문에 주 사료의 양은 그만큼 적게 급여해야 과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주 사료의 소비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순환급여의

장점



간단합니다.


1. 균형잡힌 영양공급


각각의 원료는 각기 다른 영양소를 다른 비율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순환급여를 해줄 경우, 균형 잡힌 다양한 영양분을 공급해줄 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가금류 / 어류 / 기타 육류 로 나누어 순환급여시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2. 알러지 저항력 강화


위에서 말했듯이, 저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다양한 음식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순환 급여를 해주는 게 좋겠지만, 그것이 부담스럽거나 이미 오랜 시간동안 한 가지 사료만을 먹여오신 경우에는 최소 4개월 텀으로 사료 브랜드를 바꾸어 주세요. 혹시 이조차 부담스러우시다면, 간식으로 대체 순환급여를 해주실 수 있습니다. 닭고기 사료를 먹고 있다면, 생선 간식을 먹이거나 하는 식으로 최대한 다른 카테고리의 음식을 골고루 주려고 노력하신다면, 이 또한 이미 순환 급여의 첫 발을 내딛은 셈입니다.


3. 먹는 즐거움


강아지는 먹을 때, 산책할 때, 친구와 놀 때, 주인과 교감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나의 반려견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고 다양합니다. 다만, 모든 강아지에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솔루션은 없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시간을 내서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합니다. 무얼 먹을때 행복한지 지켜봐주시고, 주식 또한 간단한 놀이를 통해 급여해주시면 강아지는 이로 인한 성취감과 주인과의 유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게, 내 가족, 내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결됩니다. 나의 네발가족에게 오늘부터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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