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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nas May 22. 2019

1인 기업 이야기 vol.1

반려견 토탈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누나스

안녕하세요.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은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시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1인 기업이라는 게, 혼자서 일한다고 말하게 되면 절 믿어주셨던 고객분들과 거래처에서 저를 덜 신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물어보기 전엔 굳이 먼저 말을 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제가 혼자서 일을 하게 된지 어느덧 7개월 정도 되었고, 이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었고, 또 저 말고도 수많은 분들이 1인 기업으로서 창업을 시작하시고 계실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공유해보고자 해요.




누나스는 1인 기업입니다.


물론 저는 누나스 제품 촬영을 해주시는 프리랜서 촬영 작가님이 계시고, 누나스의 쇼핑몰과 SNS 계정에 올라가는 디자인 작업을 해주시는 용역 디자이너 두분이 계십니다. 모두 건별로 월 정산하여 용역료를 지급해드리고 있고 고로 누나스의 종업원 수는 0명입니다. 대표가 사원이자 대리이고, 과장이자 부장이며 택배싸는 알바생입니다.


가끔 지인들이 물어봅니다.


"너가 택배도 싸냐"

"안 힘드냐"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당연히 힘이 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 택배 싸는 일이 재밌습니다. 온전한 저의 일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비대면 판매가 주인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 상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큰 창구라고 생각해서 인것 같아요.


가끔 낯익은 이름이어서 찾아보면 역시나 이전에 누나스를 이용하셨던 고객님이고, 이런 분들께 저는 재구매 감사드린다는 스티커와 샘플 하나라도 더 챙겨서 보내드리게 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억해줘서 고맙다 하시고, 제 입장에선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알바를 썼다면 이런것 하나씩 지시해야 했을 사항도, 지금은 제 입맛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닭고기 사료를 주문한 고객에겐 가금류 위주의 사료, 간식 샘플을 담아드리고, 알러지가 많다고 적어주신 분께는 우유나 양치껌을 넣어드리기도 해요. 1:1 맞춤으로 택배를 발송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정말로 제게 가장 크고 중요한 장점을 꼽으라면, 전 모든 고객을 VIP 처럼 대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싶어요.




넘치는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 모두 나의 것


혼자서 일하면 편하겠다, 외롭겠다 등의 말들을 또한 많이 듣습니다. 심지어 저는 재택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루틴이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는 것부터가 초반엔 큰 챌린지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은 바로, 유연한 스케쥴링입니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거나 대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상,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오전, 오후 시간에 개인 볼일을 주로 봅니다.


예를 들면, 저는 현재 구력 5개월의 테린이인데요. 주로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이용하는 저녁시간을 피해 가장 한가한 12시부터 1시 사이에 레슨을 받고 운동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는 것도 주말이 아닌 평일에 다녀올 수 있고, 가끔 즐겨 가는 사우나도 주말엔 절대 가지 않고 평일 오후를 이용합니다.


물론 일도 삘 받은 날(?)에는 밤까지 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제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몇 개월을 해보니 극명한 단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약해지는 날엔 정말로 힘듭니다. 누가 출근 안하면 혼내는 직장 상사가 없기 때문에 가끔 게으른 마음이 들면 오전 10시까지도 침대에 누워있기도 하고, 가끔 미드가 너무 보고 싶으면 오후 네시부터 좋아하는 미드 시리즈를 켜고 정주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힘찬이도 있긴 하지만 힘찬이는 이 부분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 아무도 이런 저의 행동을 컨트롤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자유를 누린 만큼 나태해진 결과 또한 오롯이 저의 책임인 것이죠.


그래서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저만의 규칙을 정한 것이,



0. 거래처 미팅은 최대한 오전으로 잡기

0. 구글 캘린더를 통해 시간 단위 업무 스케줄 짜기

0. 7시 기상, 7시 30분 업무 시작을 원칙으로 삼기



이를 지켜냈을 때의 성취감이 결국 저의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언제나 저 스스로와의 약속과 원칙을 세우려 노력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저와 저 스스로의 약속인 셈이어서 전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크고 지켜냈을 때의 성취감 또한 더 큰 것 같습니다. (제 직장생활과 비교했을 때..)


다행인지 저는 학창 시절에 매일 스케줄러를 작성하고 설령 공부를 다 하지 못했을지라도 그 중 반 이상이라도 완수하고 체크하는 습관이 있었고, 이를 현재의 업무에 적용시키는 게 자연스럽고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어우러져 일하지 않아도 비교적 큰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이것이 제가 아직까지도 공유오피스를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집에서 홈오피스를 꾸며놓고 일하며 즐거워하는 이유 인것 같습니다.




일희일비 하지마세요


1인 기업은 회사의 비전을 함께 할 동업자도, 나의 비전에 공감하고 든든하게 옆에 있어 줄 팀원도 없습니다. 혼자 기획해서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무엇을요?


제품 소싱, 브랜딩, 마케팅, 구인, 세무, 상품 등록, CS 상담, 물류... 이 모든것을요.


저는 여기저기서 했던 인턴 경험을 합치면 약 2년, 정규직 공채 경력은 만 3년으로 고작 5년 정도의 직장 경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인턴십은 실무 경험을 한 건 한 번 정도였고, 공채 경력은 온라인 영업팀 한 군데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회계 지식도 전무했고 마케팅도 온라인 영업을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게 전부 였습니다. 재고 관리와 물류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지만 1인 기업이 되었고 누나스라는 내 소중한 회사이자 브랜드를 성장시키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이고, 이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모든 분야는 내가 해야 합니다.


가끔 정말로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이게 맞는 결정일까?"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할까?"

"내 결정이 틀리면 어떡하지?"


그럴 땐 막막한 마음 뿐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결정해주지 않는걸 알기에, 고통스러워 하는 마음을 안고 저는 언제나 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순간을 맞닥뜨립니다.


어찌저찌 결정을 내리고, 결과물이 좋을때도 나쁠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배운 건, 정말로 일희일비 하지 말자입니다. 시장과 소비자 반응 예측은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답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말고 우직하게 가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나는 어느새 직감이 아닌 데이터로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스스로의 결정에 논리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것.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고,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제 땀흘려 얻어낸 성공을 더 가치있다고 여깁니다.)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적어내려가 보았습니다.

사실 일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써본 것도 있는데, 쓰고 나니 조금 마음이 후련해지네요(?)


지금 저녁 9시가 막 넘었는데, 지금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계실 모든 1인 기업 대표님들 존경하며, 동시에 회사의 일원으로 야근을 불태우고 계실 모든 회사원들 또한 존경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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