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레몬 편지》를 완성하고 나서 겨울 동안 읽겠다고 했던 네 권의 책 중 하나이다. 오래전에 오가와 요코의 단편 몇 편과 베스트셀러였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었지만, 엄청나게 끌리지는 않아서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 다채로운 장편 소설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작 목록을 살피다가 2020년 후보작인 이 책을 발견했다. 우리말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 번역본을 구해 읽었다.
‘기억 경찰’이라는 영어 제목에서 기억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내용일 거라 짐작하고, 책날개에서 기억이 사라져 간다는 정도의 정보를 얻고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데, 기억을 잃는다는 게 자칫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소재라 약간의 기대와 불안감이 섞인 채였다.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 가끔씩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를 만나서 쓰는 중인 소설을 보여 준다.
"It seems strange that you can still create something totally new like this - just from words - on an island where everything else is disappearing," he said, brushing a bit of dirt from one of the pages as though he were caressing something precious. (25)
"작가님이 단지 낱말만으로 여전히 새로운 뭔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다른 모든 게 사라지고 있는 이 섬에서요." 그는 소중한 물건을 쓰다듬듯이 원고의 낱장에서 먼지를 쓸어 내며 말했다.
"And what will happen if words disappear?" I whispered to myself, afraid that if I said it too loudly, it might come true. (26)
"만약에 낱말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거죠?" 나는 너무 크게 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되어 버릴까 봐 혼잣말하듯 속삭였다.
주인공이 쓰는 소설은 독자도 읽을 수 있게 내용이 조금씩 나온다. 이 소설 속 소설은 결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반의 분위기는 감정이 절제되어 잔잔하고도 몽환적이다. 특정 시각에 하나의 사물에 대한 기억이 섬 전체에서 사라진다. 그러면 야외에 있던 사물은 저절로 강으로 떠내려 가 바다를 향해 사라지거나 불타 없어지고, 사람들은 집에 있는 그 사물을 야외에 버리거나 기억 경찰에게 반납한다.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그 사물이 저절로 삭제된다. 새가 사라지자 어느 날 기억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조류학자였던 주인공 아버지의 유품 중에 새가 등장하는 모든 것을 압수해 간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서민들이 당장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어서 주인공의 일상은 더없이 단조롭다. 직업과 관련된 사물이 없어지는 바람에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쉽게 직업을 바꾼다. 무언가가 계속 사라져도 새 일자리는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기억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억을 잊은 척 정체를 숨기거나 숨어 지내고 기억 경찰은 유대인을 잡아가던 비밀경찰처럼 이들을 찾아내 어디론가 데려간다. 주인공의 어머니도 그런 사람이었고, 15년 전 기억 경찰 본부로 소환되었다가 1주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다.
사라지는 사물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잡혀가면서, 주인공도 기억 경찰에 쫓기는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둘 생긴다. 부모님끼리 친했던 가족이 주인공의 집에 잠시 왔다가 은신처로 떠나기 직전, 주인공은 소년의 손톱을 깎아 준다.
I carefully clipped his nails, starting from the little finger of the left hand. The nails were soft and transparent, and came away with the least effort, fluttering to the floor like flower petals. We listened to the quiet clicking of the clippers, their echoes sealing this moment in the depth of the night. (39)
나는 아이의 손톱을 아이의 왼손 새끼손가락부터 조심스레 깎아 주었다. 아이의 손톱은 부드럽고 투명했으며 거의 힘들이지 않고 깎여 꽃잎처럼 파르르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는 조용한 손톱깎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손톱깎이의 울림이 깊은 밤중의 이 순간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다음에는 주인공의 담당 편집자 R이 위험에 처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집에 작은 비밀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 비밀의 방을 아는 사람은 두 사람 외에 주인공의 어릴 적 보모의 남편이자 배관 공사를 도와준 노인이다. 세 사람은 사라지는 기억에 대해 각기 의견이 다르지만,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소설이 사라진 날. 마치 제의처럼 사람들이 소설책을 들고 거리로 나와 불에 태운다. 생리적으로 기억 상실이 진행된 사람들은 어차피 책을 들여다보아도 내용도,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도 생각나지 않는다. 도서관이 불탄다. 도서관에 소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골라내기 어려워 통째로 불태운다. 주인공과 노인은 카트에 남은 책들을 불타는 도서관으로 한 권씩 천천히 던진다. 책은 새처럼 날아간다. 새가 사라진 날, 멀리멀리 떠나가던 새들처럼.
상실과 사라지는 것들을 다루기에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 오스터의《폐허의 도시》, 최정화의《흰 도시 이야기》가 생각났다. 모두 뛰어나고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섬'이라고만 불리고 초반에는 인물들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이 하는 요리나 먹는 음식도 빵과 제과가 많아 일부러 국적을 불명확하게 설정한 느낌도 주었다. 물론 뒤로 가면 일본인 이름과 몇몇 일본어 단어가 나오지만 극히 일부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분위기가 있고, 그 덕분에 1994년 원작이 영어권에 2019년 소개되었을 때 더 반향을 일으켰을 것 같다.
결말에 이르기 전에는 이 소설이 전위적이지는 않지만 소설이라면 마땅히 이렇게 쓰여야 한다는 본보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구성이든, 묘사든, 강약 조절이든. 상대적으로 중요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문장 하나하나에도 마음이 끌렸다. 이를테면 장미가 사라진 날의 한 장면인 다음 대목이 그랬다.
Petals covered the surface as far as the eye could see. My hands had cleared a patch of water for a brief moment, but petals soon came flooding in again to fill it, and then they flowed on, almost as if someone had hypnotized each one of them and was drawing them toward the sea.
I wiped my palms together, brushing the petals that had stuck to them back into the stream. Petals with frilled edge, pale ones, vivid ones, petals with the calyx still attached. They all clung for a moment to the bricks of the wash landing, but in no time at all they were caught up in the stream again and melted into the mass. (47)
강의 수면은 적어도 눈에 보이는 곳까지는 온통 꽃잎으로 덮여 있었다. 양손을 물에 넣어 잠시 빈 공간을 만들어 보았지만, 곧이어 꽃잎들이 몰려와 그 공간조차 채웠고, 마치 누군가가 꽃잎 하나하나에 최면을 걸어 바다로 보낸 것처럼 줄기차게 흘러갔다. 나는 손바닥을 맞대고 문질러 붙어 있던 꽃잎들을 물 위로 돌려보냈다. 가장자리가 구겨진 꽃잎, 창백한 꽃잎, 색이 짙은 꽃잎, 아직 꽃받침이 붙어 있는 꽃잎. 모두 물가의 벽돌에 잠깐 달라붙었다가 금세 강으로 떠내려가서 꽃잎의 무리로 합류했다.
읽으면서 줄곧 이 작품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정해진 시각에 특정 사물이 사라지고 그 사물에 관한 인간의 생리적 기억이 사라지는지, 그 메커니즘은 이 소설의 관심사도 아니고 등장인물의 관심사도 아니다. 기억 경찰이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기억을 조종당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억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니는 상황은 단적으로 홀로코스트 시대의 유대인을 연상시킨다(사실 기억 경찰의 권력은 중심 내용이 아니기에 자세히 나오지 않고 짐작할 수 있게 조금씩만 보여 주고 지나간다). 이와 비슷한 설정에서 이웃과의 연대나 저항 운동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면 구체적인 사실들이 중요할 텐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배가 사라졌고 배를 모는 지식도 잊혔지만 몇몇 사람이 몰래 만든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가고 기억 경찰은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가 지나가듯 언급되지만 그뿐이다. 저항 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힘없는 개인의 적응에 의의를 둔다면 그래도 사회적 측면이 한 몫 할 텐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의 내면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기억의 추상적인 성질을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
기억이 사라지는데 소설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설이 사라진 세계에서 소설을 쓰려고 애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라진 기억을 되찾을 수 없을까? 소설가와 받아쓰는 사람(타이피스트)의 관계는?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웬만한 기억을 간직하고, 기억을 잃는 사람은 어딘가 문제가 생긴 환자로 취급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처럼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이 생리적으로 기억을 잃는 상황에서, 편집자 R처럼 기억을 잃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후반부에는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R)과 기억을 잃은 사람(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부각되고 주된 주제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처음부터 두 사람을 잇는 끈이었던, 주인공이 쓴 소설이 중요해진다. 결말에 이르면 이 소설은 우화였던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쓴 소설의 내용은 이 소설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서 생각할 거리가 풍성하다. 우리말 번역본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타이피스트가 되기 위해 타자 학원에 간 여학생이 학원의 남자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목소리를 잃어 타자기로 남자와 대화한다. 하지만 타자기가 고장 나자 남자는 타자기를 고쳐 준다며 여자를 꼭대기 종탑으로 데려가 가둔다. 말도 할 수 없고 타자도 칠 수 없게 된 여자는 서서히 존재를 잃고 벽에 스며들어 사라진다.
소설 앞부분에서는 주인공이 자유의 몸이고 편집자 R이 비록 안전을 위해서지만 작은 비밀 공간에 갇힌다. 하지만 바깥 세상에서 소설과 소설에 대한 기억이 몽땅 사라지면서 둘의 관계는 뒤바뀐다. 무언가를 점점 잃어 가는 주인공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R. 하지만 조금 석연찮은 지점이 있다. 소설 속 현실에서 특정 사물의 기억을 없애는 주체는 알 수 없는 외부의 거대한 힘이고, 소설 속 소설에서 여자의 표현 수단을 없앤 것은 남자의 의지이다. 그렇다면 소설 속 현실에서 외부의 힘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외부에서 온 게 아니었던 것일까? 기억의 가치를 알고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기억 따위는 사라져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로 나뉘었던 것일까?
마치 종말에 이른 듯한 세계, 좌절과 위험 속에서도 풍경이 극도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아직 지워지지 않고 남은 추억을 회상한다. 마음에 남은 대목들을 아래에 적어 본다.
"Everything outside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when you came here. The snow has changed everything."
"Changed how?"
"Well, it's difficult to describe. For one thing, the world is completely buried. The snow is so deep that the sun barely starts to melt it when it does come out. It rounds everything, makes it look lumpy, and it somehow makes everything seem much smaller - the sky and sea, the hills and the forest and the river. And we all go around with our shoulders hunched over."
"Is that so?" he said, and I could hear the springs squeaking again. Perhaps he had stretched out on the bed as we talked.
"Right not, the flakes are quite large, as though all the stars are falling out of the sky. They dance in the shadows and glint in the streetlights and bump into one another. Can you picture it?"
"I'm not sure I can. It's almost too beautiful to imagine."
"It's truly lovely," I said. "But I suppose that even on a night like this, the Memory Police are out here hunting. Perhaps some memories never perish, even in this cold."
"I suspect you're right. And I doubt the cold has any effect. Memories are a lot tougher than you might think. Just like the hearts that hold them."
"Is that so?"
"You sound as though that's a bad thing."
"It's just that you have to hide here because of those memories. If you could let yours fade away like the rest of us, there'd be no need."
"Oh, I see." The words were half murmur, half sigh.
When we talked using this makeshift system, we were forced to move the funnel back and forth from our ears to our mouths, leaving a breif silence between each utterance. And thanks to these pauses, the most mundane conversation sounded quite important. (109~110)
"지금 바깥 세상은 당신이 여기 왔을 때와 전혀 달라졌어요. 눈이 모든 걸 바꿔 놓았어요."
"어떻게 바꿨나요?"
"흠, 설명하기 쉽지 않아요. 일단 온세상이 파묻혔어요. 눈이 어찌나 깊이 쌓였는지 어쩌다 해가 나도 쉽사리 녹지 않아요. 눈이 덮여서 모든 게 뭉툭한 덩어리처럼 보이고, 하늘도 바다도, 언덕, 숲, 강도 왠지 더 작아 보여요.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어깨를 푹 수그리고 돌아다니죠."
"그런가요?" 그가 말했고 스프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야기하면서 침대에 몸을 펴고 누운 모양이었다.
"지금은 눈송이가 제법 커서 마치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아요. 그림자 속에서 춤추고 가로등 빛에 반짝이고 서로 맞부딪혀요. 어떤 모습인지 알겠어요?"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상상하기에 너무 아름답군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밤에도 기억 경찰들이 수색하고 있겠죠. 이런 추위에도 어떤 기억들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나 봐요."
"당신 말이 맞다고 봐요. 추위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걸요.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굳건합니다. 그 기억들을 품은 사람들의 마음처럼요."
"그런가요?"
"마치 그게 나쁜 일인 것처럼 물으시네요."
"그 기억들 때문에 당신이 여기 숨어 있어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기억을 잃는다면 숨을 필요가 없잖아요."
"아, 그렇죠." 그의 말은 반은 중얼거림, 반은 한숨이었다.
임시변통으로 마련한 이 도구로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깔때기를 귀에 댔다가 입으로 옮기면서 계속 움직여야만 했기에, 말을 하고 나면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 덕분에 단조로운 대화도 꽤 중요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When I was a child, I was drawn to the mystery of sleep. I imagined it as a land with no homework, no bad meals, no organ lessons, no pain or self-denail or tears. When I was eight years old, I was thinking of running away from home. I no longer remember why. The reason was probably something insignificant - a bad grade on a test or the fact that I was the only one in the class who couldn't do a pull-up. I decided to run away in search of the land of sleep."
(111)
"어릴 때는 잠의 신비로움에 끌렸어요. 잠이란 숙제도, 맛없는 밥도, 오르간 레슨도, 고통도, 자기 부정도, 눈물도 없는 곳이라고 상상했어요. 여덟 살 때 가출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죠. 왜 그랬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요. 시험을 망쳤거나 학급에서 나 혼자 턱걸이를 못했다거나, 그런 사소한 이유였을 거예요. 그때 잠의 나라를 찾아서 도망치기로 했어요."
He had definitely grown pale, without any contact with sunlight, and his appetite was poor, so he'd lost weight, but what I sensed was not that sort of tangible change but some more abstract transformation. Every time I saw him, I could feel the outline of his body blurring, his blood thinning, his muscles withering.
Perhaps this was just evidence that his body was adapting to the secret room. Perhaps it was necessary to rid oneself of everything that was superfluous in order to immerse completely in this airless, soundproof, narrow space shrouded in the fear of discovery and arrest. In recompense for a mind that was able to retain everything, every memory, perhaps it was necessary that the body gradually fade away. (119)
그는 햇빛을 전혀 보지 못해 확실히 창백해졌고 식욕이 없어 몸무게도 줄었다. 하지만 내가 감지한 것은 그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다소 추상적인 변화였다. 그를 볼 때마다 그의 몸의 윤곽선이 흐릿해지고 피가 묽어지고 근육이 위축되고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단지 그의 육신이 비밀의 방에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몰랐다. 발각과 체포의 공포에 휩싸인, 통풍도 되지 않고 소리도 드나들지 않는 이 좁은 공간에 전적으로 파묻히기 위해서는 없어도 되는 거라면 뭐든지 제거할 필요가 있는지도 몰랐다. 모든 것, 모든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정신에 대한 반대급부로 몸이 점차 사라져야만 하는 것인지도.
한 가지 덧붙이자면,《레몬 편지》에 이 책을 언급했는데 소설에 레몬이 잠시 등장한다. 조각가인 주인공의 어머니는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고 사라진 사물들을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기억 경찰에 소환되기 얼마 전에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몇몇 조각품 안에 애지중지 보관했던 사라진 사물을 하나씩 넣어 숨겼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고 꺼낸 세 개의 사물 중 하나가 바로 레몬맛 사탕이었다. 소설에 묘사된 바로는 혀에서 금방 녹아 버리는 입가심용 사탕 같다.
"It's a lemon-flavored candy. When we were children, all the stores sold them and there were countless ramune on the island, but now there are only these few left here." (217)
"레몬맛 사탕이에요. 우리가 어릴 땐 가게마다 이걸 팔았고 이 섬에만 수많은 라무네가 있었지만, 이젠 여기 있는 이것들이 전부군요."
하지만 주인공은 사라진 사물을 생리적으로 잊기 때문에 처음엔 알약이라고 생각했고 라무네를 입에 넣고도 무엇인지 모른다. 용도도, 맛도 정확히 모르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른다. 그냥 달달한 것이구나 생각한다. 이미 사탕도 과일도 사라진 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