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카스 Sep 20. 2023

내가 세계일주를 포기한 이유

세계일주 후에는 나의 삶과 행복에 변화가 찾아올까? 

버킷리스트 


사진: Unsplash의Tobi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고 이듬해인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그전까지는 일반인이 해외를 나가는 것이 금전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의 허가를 받기가 매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2000년대부터 해외 유학도 보편화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주변친구들도 부쩍 늘었다. 


이후로 계속하여 우리의 경제 수준도 올라가고 여행이 이렇게 보편화되었음에도 세계여행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어 인생의 큰 결심이 필요한 선택지이자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다. 인생에 있어 충분한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때가 우리 삶에서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이 3가지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현재의 무언가를 포기하고 어렵사리 만들어서 가야 하는 것이 세계일주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러한 용기에 부러움을 느끼고 그 어려운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세계지도를 펴고 눈을 아래위로 굴려보니 아프리카 저 아래 모잠비크에서 서유럽을 지나 동유럽,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국대륙 그리고 가까운 일본을 거쳐 남태평양 피지까지 약 20년 동안 내가 방문한 40여 개국이 한 번에 훑어진다.


세계일주까지는 아니지만 때가 되면 해외로 나가길 좋아했던 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그리고 해외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세계일주를 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도 함께 들어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여행자로 자전거로 당시 2년째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오랜 기간 세계일주는 나의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일주를 버킷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돈, 시간 그리고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그간의 경험과 나의 행복메커니즘에 대입했을 때, 세계일주가 나에게 행복감을 보장해 주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행복 메커니즘 소개 (brunch.co.kr)


*이후부터는 저의 생각이 담긴 행복 메커니즘의 개념을 이해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행복 메커니즘에 대입


행복바람이 유입되면서 행복풍선이 커지는 동안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바람을 불러일으키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세계일주는 새로운 경험과 좋은 기억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어 내면의 정신바람에 해당한다.




* 행복바람을 불러일으키는 3가지 요소


1) 관계(Relationsip) 바람 

가족, 친구, 동료 등 대인관계에 대한 바람이다. 동료, 가족, 연인 그리고 부부간의 유대 등과 같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관계 바람의 양이 증가한다. 이는 단순히 양(Quantity)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질(Quality) 수준을 내포한다.


2) 신체(Physical) 바람 

이 바람은 나의 건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외모나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 혹은 신체적 능력 등을 함께 포함한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면 신체 바람은 증가하고 그와 반대라면 바람의 양은 줄어든다. 


3) 내면의 정신(Spirit) 바람

새로운 경험과 그로 인한 좋은 기억 내지 기쁨, 내면의 성찰과 깨달음, 창의적인 활동과 목표의식, 봉사와 사회활동을 통한 만족감 등을 포함한다. 흔히 말하는 자존감도 내면의 정신 바람에 해당한다.




하지만 행복풍선이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아 행복감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는데, 이는 세계일주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의 감흥이 떨어진다거나 불안과 걱정이라는 반작용이 작용될 때다.


특히, 불안과 걱정이라는 반작용은 행복풍선의 새는 구멍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에 행복풍선이 작아지게 되고 그게 세계일주를 하는 시간과 겹쳐진다면 그 시간 내내 불행감을 느낄 수가 있다.


세계일주를 하는 내내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세계일주가 관계나 신체바람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면 만류하고 싶다)


이 두 가지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적인 내면의 정신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세계일주가 진행되는 동안 내면의 성찰과 깨달음 등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세계일주를 떠나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요소이지만, 어떤 내면의 성찰과 깨달음을 얻을지는 알 수 없는 나의 통제 밖의 영역이다.




세계일주를 포기한 이유


사진: Unsplash의Jackson Simmer


그래서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2가지(여행의 감흥, 불안과 걱정)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세계일주는 버킷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간의 여행경험에서 여행이 장기화가 되었을 때 감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마음이 설렐 때 그리고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을 때 그때 여행을 떠남으로써 행복풍선의 크기를 조금씩 키우고 행복감을 느끼기로 했다.


내 선택의 초점은 행복감이다.


무리하게 목표를 추진하기보다는 불안과 걱정을 줄이고 내가 조금은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일 때, 그리고 준비가 되었을 때 천천히 진행하는 게 행복감을 느끼는데 좋겠다는 판단이다.


위의 결정은 내 상황과 경험에 따른 판단이고, 실제 세계일주를 통해 관계바람이나 신체바람이 추가로 생길 수도 있고, 깨달음을 통해 내면의 정신바람이 추가로 생길지도 모르니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더 유리한 선택을 하면 될 것이다.

불행을 느끼려고 세계일주를 떠나는 건 아니니까, 행복감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자. 

물론 불행감은 행복풍선이 작아지면서 함께 잦아들게 되고, 이후 새로운 행복바람에 우리는 다시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 불행감이 찾아왔다고 하여  절망하지도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많으면 과연 행복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