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던 첫 사수와 동기마저
줄줄이 퇴사한 뒤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진
사무실은 자꾸 새로운 공간성이 덧입혀진 듯
낯설었고 업무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느껴졌다.
얼굴을 마주한 동료는 내 입술 밑에
빨갛게 흉터가 졌다고 말해주었다. 어디서 온
흉터인지 한참을 영문을 모른 채 지냈다.
십 분 십오 분 조금 일찍 출근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블라인드도 빛이 컴퓨터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올린 뒤 각도를 조절한다.
그게 막내로서의 아침 루틴이었는데
어느 순간 일찍 출근하시는 사장님과의
면담 시간이 추가됐다.
그렇게 군대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시도한
조금 타이트해진 출근길 위에서 이따금씩
새로 온 언니들을 마주쳤다.
출근길 지하철 역에 내린 뒤 계단을 오르면서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는 동료를 발견하면
걸음을 늦추고 거리 두어 멀어지곤 했다.
지각인지 정시 출근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그 타이밍에도 앞뒤로 둘러보면 길 위에 동료
가 있다. 그러므로 앞만 보고 걸어가곤 했다.
할 말에 비해 걸어야 할 길이 길기 때문이다.
9시 정각과 가까운 시간에 도착하면
컴퓨터와 내가 느린 건지 그에 비해
내 마음이 바빠진 것인지 모를 느낌이었다.
공용 테이블에서 종이를 힘주어 자르는데
눈서바! 너 지금 앞니로 물고 있어!
대리님이 잡았다 요놈 표정을 하며 웃는다.
나는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앞니로
입술 밑을 깨물고 있었다.
아침의 여유가 나를 차근차근 움직이고
그 찰나가 마음을 차분히 내려 앉히는
시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