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입술 밑 흉터

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by 눈서비
- 3화. 입술 밑 흉터 -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던 첫 사수와 동기마저

줄줄이 퇴사한 뒤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진

사무실은 자꾸 새로운 공간성이 덧입혀진 듯

낯설었고 업무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느껴졌다.


얼굴을 마주한 동료는 내 입술 밑에

빨갛게 흉터가 졌다고 말해주었다. 어디서 온

흉터인지 한참을 영문을 모른 채 지냈다.


십 분 십오 분 조금 일찍 출근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블라인드도 빛이 컴퓨터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올린 뒤 각도를 조절한다.

그게 막내로서의 아침 루틴이었는데

어느 순간 일찍 출근하시는 사장님과의

면담 시간이 추가됐다.


그렇게 군대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시도한

조금 타이트해진 출근길 위에서 이따금씩

새로 온 언니들을 마주쳤다.


출근길 지하철 역에 내린 뒤 계단을 오르면서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는 동료를 발견하면

걸음을 늦추고 거리 두어 멀어지곤 했다.


지각인지 정시 출근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그 타이밍에도 앞뒤로 둘러보면 길 위에 동료

가 있다. 그러므로 앞만 보고 걸어가곤 했다.

할 말에 비해 걸어야 할 길이 길기 때문이다.


9시 정각과 가까운 시간에 도착하면

컴퓨터와 내가 느린 건지 그에 비해

내 마음이 바빠진 것인지 모를 느낌이었다.


공용 테이블에서 종이를 힘주어 자르는데

눈서바! 너 지금 앞니로 물고 있어!

대리님이 잡았다 요놈 표정을 하며 웃는다.

나는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앞니로

입술 밑을 깨물고 있었다.


아침의 여유가 나를 차근차근 움직이고

그 찰나가 마음을 차분히 내려 앉히는

시간이었을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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