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프로 불참러

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by 눈서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우리 집에서 제사를

지냈다. 장남인 아빠는 제사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을 보고 손님 대접용 회를 떠 오며

평균 3회 정도 외출한다. 빼먹은 것이 있거나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쪽파를 다듬는 속도로 나를 놀라게 하는 엄마는

모든 것을 손질하고 데치고 삶고 끓인다. 느린

나는 주방에서 걸리적거리면 안 되므로 거실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사각 전기 프라이팬을 두고

각종 전을 부친다.


계란 물이 산적 꼬치 색깔을 가리지 않도록

앞뒤 순서를 고려하고 조각 난 동태를 계란으로

붙이는 작업 등을 전문으로 한다.


사실 나는 쟁반에 쌓인 전들을 키친 타올로 덮고

베란다 김치냉장고 위에 놔두고서 다시 한번

세수를 한 뒤 집을 나가는 제삿날 프로 불참러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모임이 무기한 연장되던

시기에도 제삿날은 지켜졌다. 그날은 친척들이

방문하지 않았고 나는 오랜만에 참석하게 됐다.

무게감 있는 맏이의 모습을 보이던 부부 내외도

이날만큼은 그냥 우리 가족이었다.


엄마는 제사 음식 외에 손님 대접용 음식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하다 하더니

성대모사를 하듯 할머니의 말투를 따라 한다.

"아이, 나물이 참 맛있다이!" 셀프 칭찬을

시작으로 식구들의 건강, 행복 등의 소원까지

할머니에게 말하듯이 덧붙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소싯적 시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말들과 시집살이의 설움에 대해

종종 얘기를 꺼내던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싶어

"할머니, 며느리 시집살이 시킨 것은 반성하고

드셔야 될 것 같아요" 당당히 말씀드려본다.

막상 그 순간 나는 아빠의 눈치를 조금 보았다.


아빠는 그런 나를 웃겨했고 엄마는 딸밖에 없다

며 웃는다. 엄마의 그 옛날 상처가 미운 정으로

잘 소화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 6화. 프로 불참러 -


목요일 연재
이전 06화5화. 다와 바길 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