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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요 Oct 11. 2023

#02. 보자기요정의 '보자기여정'

한국의 HIP, 보자기 세계를 감싸다.



안녕하세요. 보자기 아티스트 보요(보자기요정)입니다. 저는 한국의 보자기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매일 보자기를 만집니다. 저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어떻게 이런 종류의 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 뒤에는 작은 이야기가 있으며, 저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골목을 지나갈 때,우연히 들리는 피아노 소리처럼]

저는 사실 미술을 전공하지도, 한국 문화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도 아닙니다. 약 20년 전 조용한 동네의 골목을 지날 때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대목에서 숨 넘어갈 듯이 느려지다, 넘어가곤 하는 그 선율의 아름다움. 엄청난 기교나 화려함이 있던 곡이 아니었지만, 제 일상 속 자주 마주하던 누군가의 소리는 정작 본인은 '아름다운지 모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저의 삶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아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이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연주를 하는 일은 꽤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무척 조용했고, 무대공포증으로 인한 형편없는 저의 실력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 때면 기다렸다는 듯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이 시간만큼은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않고 온전히 저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나라별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경험으로 깊이 알게 된 것은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분야'에는 '전통과 현대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그 땅에 살아가고 있는 자국민들의 정서로 자리 잡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옛 보자기


[한국의 보자기, 일상을 품은 아름다움]

한국에 돌아와 자연스럽게 서양음악을 그만두었습니다. 잠시 머물러 있었던 성악의 본고장이었던 이태리 사람들의 정서와 감각을 도무지 따라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뛰어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검은 머리 한국인이 그들의 일상을 어렴풋하게 베끼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삼성역 한복판에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분께 눈길이 갔습니다. 할머니는 귀한 자리에 가시는지 다소 상기된 얼굴로 한 손에는 정성 들여 매듭을 진 보(따리) 자기를 들고 계셨습니다. 도시, 할머니 그리고 보자기. 삼박자 속에 낯설지만 익숙한, 이질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조합이 꽤 재미있고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제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재미였을 듯합니다. 그리고 손에 쥔 보자기는 어떤 작품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낡지않는전통, 시대를 품은 보자기




[시대를 품은 보자기]

'요즘 세대와 어우러지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은 지금의 NUNUEE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선물을 주고받을 때 한국의 문화와 가치가 깃든 보자기으로 마음을 전한다면 '할머니의 보따리(자기)'로만 취급받았던 어르신들의 보자기문화에서 '시대를 품은 K-컬처 문화'의 확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자기는 모든 것을 품습니다. 사물이 가진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포용'하며, 본연의 것(허물)을 감싸는 의미가 더해져 '배려'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가야금대가 황병기 선생님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고 옛것만 굳어진다면 골동품'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K-컬처가 세계의 관심을 받는 지금, 옛것과 지금의 것- 시대적으로 이질적인 두 사물의 조합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찾는 친숙하고 새로운 트렌드 아닐까요?



왼)  포장하는 손 /  @nunuee.bojagi 인스타계정 / 오) 김수자작가의 보따리



요즘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낡지 않는 전통문화로 보자기를 재해석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품는 한국의 보자기처럼 겸손하고 정직하게 따뜻한 세상을 품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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