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정답이 있는 거겠죠?
자세를 낮춰라, 테니스 라켓은 이렇게 쥐어라 하는 지나가는 쥐새끼들도 던질 수 있는 참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요. 오직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섬세한 것들을 자꾸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이 짧은 나는 라켓 쥐는 법이 달라야 하구나, 남과는 다르게 조금 빨리 치니까 정확한 방향으로 공이 진행하더라, 공에 임팩트가 실리더라하는 사소한 경험의 축적들이요. 정답이라 불리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내 자세와의 차이에서 깨닫게 되는 나만의 오답. 그리고 오답이 정교해질수록, 오답이 내겐 정답이구나 확신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실력은 쭉쭉 늘지 않나 싶어요.
인생 전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힘을 빼고 칠수록 멀리, 부드럽게 날아가요. 서른을 눈 앞에 두고서야 힘 빼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타이밍, 순간의 임팩트!
11월 8일 오후 18시. 고향에서 막 올라와 동네 카페에 앉았습니다. 올라오는 길 기차에서 편지를 좀 써둘 걸 그랬어요. 해도 지고 겨울바람도 불어서 편지를 다 쓰고 집 가는 길엔 춥고 어두울 것 같거든요. 한 주도 잘 지내셨는가요. 한 주도, 환하게 보내셨는가요? (오늘 편지의 묘미는 스크롤의 끝에 있으니 끝까지 읽어주기)
잠깐 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저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스포츠 경영학을 복수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체육대학이다 보니 수업 때문에 운동을 자주 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진 못해서 빠른 발만 믿고 열심히 뛰어다녔더랬죠. 달리기는 곧 잘 했거든요. 그럭저럭 A, 못해도 B+까지는 대부분 맞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테니스 과목에서 C를 맞게 된 저는 이를 갈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꼭 테니스를 제대로 배우겠다고요. 그리고 올해 초부터 이 다짐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지요.
저는 공식적으로 10시에 출근해 7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입니다. (제가 직장인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벌써 3년 차네요ㅜ_ㅠ) 아침이 다른 이들보다 1시간 여유로운 저는 일주일에 세 번, 출근 전 아침에 테니스를 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테니스를 치러 가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두세 달 정도 지나니 몸도 바뀐 시차에 적응하게 됐지요. 총 테니스 레슨은 30분. 30분 동안 몇 개의 공을 치는지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족히 몇백 개의 공을 치는 것 같습니다. 기본기에 집착하는 저는 몇 달째 포핸드 자세로 공을 쳤는데 이제야 조금 라켓을 잡을 줄 안다 싶었는지 서브나 발리 같은 다른 기술들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테니스 레슨은 제가 쳤던 공들을 주워 (몇백 개를 쳤으니 몇백 개를 주워야 하는 건 덤) 쇼핑 카트에 담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요. 이 시간은 숨을 고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오늘 했던 자세들을 머릿속에 정리해보고 다시 그려볼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까 거기서 자세가 잘못됐었지, 아까 거기서 손목을 너무 펴고 쳤었지 하는 생각들이 막 찾아오거든요. 그러니 공 줍는 시간을 공 치는 시간만큼 중요한 시간이라고 여기며 정성스럽게 줍습니다. 십만 개 정도 줍고 나면 테린이 탈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바라면서요. (ㅋ)
시간이 조금 흘러 이제는 제법 공을 기다릴 줄도 알고 공을 밀어낼 줄도 압니다. 사람들과 경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7개월 차 테린이는 이제 이런 말들을 뱉기 시작합니다.
“공을 치는 것이 다가 아니야. 타구마다 제대로 된 자세로 치는 것이 중요해” (실제로 테니스 코치 겸 작가이자 동생 겸 술친구인 이석환이 제게 한 말)
안정적인 상·하체의 균형, 공을 향한 시선, 스윙의 끝에 위치할 라켓의 방향... 매번 공을 칠 때마다 제대로 치자고 다짐을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자세가 중요한 이유는 다시 돌아올 다음 공을 대비하기 위해서 인데요. 단순히 넘기는 것을 목표로 스윙을 종료하면 상대가 치기 쉬운 각도와 방향, 세기로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상대가 치기 쉬울 때, 내가 패배할 확률은 높아지고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상대가 실수하길 바라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실력 향상을 원할 때 이런 요행을 기다리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흐트러진 자세는 패배를 기다리는 일이란 걸 알아가고 있는 거지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럼 도대체 제대로 된 자세는 있느냐? 분명 코치님께 이론을 배웠는데 그게 정답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알려주는 사람은 저와 키도 다르고요, 팔 길이도 다르지요. 그러니까 수학으로 치자면 근삿값처럼, 정답은 아닌데 정답 가까운 것들을 배우면서 라켓을 휘두르고 있는 느낌. 그런데 그렇게 자꾸만 휘두르다 보면 내 자세가 나름대로 정답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분명 오차가 있음에도 정답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자세라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자세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오직 내 머리와 몸이 기억하는 정답. 라켓을 쥔 각자의 균형과 오차는 각자 만의 정답일 것이라고요.
자세를 낮춰라, 테니스 라켓은 이렇게 쥐어라 하는 지나가는 쥐새끼들도 던질 수 있는 참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요. 오직 나만이 기억할 수 있는 섬세한 것들을 자꾸만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이 짧은 나는 라켓 쥐는 법이 달라야 하구나, 남과는 다르게 조금 빨리 치니까 정확한 방향으로 공이 진행하더라, 공에 임팩트가 실리더라하는 사소한 경험의 축적들이요. 정답이라 불리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내 자세와의 차이에서 깨닫게 되는 나만의 오답. 그리고 오답이 정교해질수록, 오답이 내겐 정답이구나 확신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실력은 쭉쭉 늘지 않나 싶어요.
인생 전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힘을 빼고 칠수록 멀리, 부드럽게 날아가요. 서른을 눈 앞에 두고서야 힘 빼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타이밍, 순간의 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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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는 쓰고 보니 본격 테니스 영업 글 같은데요. 여러분도 꼭 한번 시작해보세요. 테니스계 입문을 도와주신 제 동료 및 상사분들께 감사드리며... 내일도 모두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