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책 표지는 좀 바꾸면 안될까요?
이번 해의 사소한 목표 중 하나는 회사 교육을 꼭 챙겨서 듣자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인사팀에서 권장했지만 아직도 활용하지 않고 있었던 직무 교육 바우처를 꼭 써보자는 의지와 함께 '트레바리'를 떠올렸다. 꼬박 6년만에 다시 찾은 트레바리에는 그 전보다 훨씬 더 양질의, 다양한 클럽들이 많았다. 꽤 많은 모임들 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것은 '브랜드 마인드 랩'이라는 클럽이었다. 어떤 주제가 나의 직무와 그래도 꽤 많은 부분 맞닿을 수 있을지 눈여겨봤던 까닭이고, 모임의 부제인 '소비 심리학과 경험 디자인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탐구'한다는 점이 개중 가깝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일, 홈쇼핑 회사에서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직무는 사실 마케팅이나 브랜딩, 소비자 심리학 등과 적확히 닿아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전담으로 방송하고 있는 브랜드 역시 가치있는 브랜딩과 스토리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으며, 비록 고객이 범대중적이지 않고 연령대가 높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나의 일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들으며, 좁은 나의 시야와 식견이 조금이마나 넓어지리란 기대로 첫 책을 들었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의 겉표지에는 두 가지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 기업의 스토리 전략', 그리고 '경영자들이 읽는 이솝우화'다. 이번 클럽의 첫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절대 펴보지 않았을 표지 디자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저런 캐치프레이즈로 묘사했는 지 알 듯도 했으나, 다시 생각해도 별로 흥미로운 문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책을 쓴 이유는 명확하고-프롤로그에 기술한 것처럼 그는 전세계의 주요 기업과 전설적인 브랜드의 스토리, 그리고 그것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자에게 알리고자 했다-, 각 장이 꽤 짧게 짜여진 만큼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책은 브랜드, 혁신, 아이디어, 실행, 리더로 이루어진 5장의 챕터, 총 60가지의 브랜드 스토리로 꾸려져 있다. 하이네켄부터 맥도날드, 구글, 나이키, 이케아 등 지구 반대쪽에 있는 독자가 봐도 알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를 주로 다루어 많은 부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깊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흑인 폭동에도 불타지 않은 맥도날드'였는데, 아마 이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맥도날드에 대한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기 전엔 맥도날드가 사회와 공동체에 환원하고자 노력하는 브랜드임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외려 그 때문에 불타고 파괴된 LA 시내에 오롯이 남아있는 5개의 맥도날드 매장을 감동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때의 맥도날드 정신이 그대로 이어져왔다면, 그들이 만드는 따뜻한 광고-예를 들어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역시 믿을만한 것이 아닐까.
두번째는 '타이어도 환불해주는 백화점', 미국 노드스트롬이었다. 우리의 모든 브랜드와 상품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것, 따라서 고객 한 명을 어떻게 대하는 지에서 시작된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가 떠올랐다. 홈쇼핑 최전방인 콜센터에서의 교육, 그리고 배송기사님과 택배차 업무를 체험했던 날도. 그 때 내가 만났던 건 분명 사람 한 명 한 명이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되어 50대 후반의 고객 몇 퍼센트, 60대 초반의 고객 몇 퍼센트로만 남아있다.
마지막은 '소비자로서의 감각을 잃지말라'는 버진레코드의 리처드 브랜슨 이야기다. 늘 판매자의 입장에서만 '왜 안 사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가 사고 싶지 않은 것은 남들 역시 사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상품에 대해 나 자신부터 설득이 되어야 고객에 대한 설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리처드 브랜슨이 타 항공사에서 커다란 불편함을 겪고 항공사를 하나 차려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우리 역시 때때로 그런 상상을 한다. '이 서비스나 이 제품이 분명 필요한데 왜 없지?', '이 정도면 내가 해도 되겠는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 말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와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은 잘 기억해두었다가 지인들 앞에서 흔한 상식처럼 이야기해주고자 한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또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