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혁명-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이라는 보물같은 작가의 발견

by 채부장
2025. 04. 29



대학 시절에는 매 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어느 순간 그것도 조금 시들해졌다. 꽤 오랫동안 찾아 읽지 않았고, 2020년 작가들과의 저작권 논란이 있었는지도 이제서야 알았다. 1977년 문학사상사 주최로 시작한 이후 운영권이 넘어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25년부터는 다산북스에서 이상문학상 시상을 진행한다. 물론 그것 때문에 이번 해 작품집을 찾아본 것은 아니었고, 다만 대상을 수상한 작가 ‘예소연’ 때문이었다.

예소연 작가의 작품은 이번 단편, ‘그 개와 혁명’이 처음이다. 작품 해설과 작가와의 대담, 심사평을 읽으면서 다시금 이 소설의 뛰어남과 매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지만, 사실은 읽는 동안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아 놀랐다. 마음에 와닿았다는 말로 표현이 될까. 이 짧은 소설을 읽는 동안 왜인지 모를 눈물이 줄줄 흘렀다는 게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물론 출근길+지하철+잔잔한 노래로 주변과 차단해주는 에어팟의 조합이 강력한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60년대생인 태수씨와 그의 딸인 90년대생 수민. 소설의 화자인 수민은 페미니스트이자 환경 운동을 운운하는 ‘요즘 여자들’에 속하며, 태수씨는 80년대 학생 운동을 주도하던 일종의 ‘화염병 세대’이다. 소설은 태수씨의 장례식을 중심축으로 생의 끄트머리에 서있던 그의 모습, 병에 걸린지도 모른 채 바삐 살아온 날들, 공 여사와 사랑을 시작하고 수민을 가졌을 때, 민주85였던 그의 모습을 조망해 올라간다. 아빠와 딸이 그렇듯이 태수씨와 수민은 서로를 걱정하고, 대립하고, 함께 절망하고, 사랑한다.


”노래도 없이 추는 그 춤은 신기하게도 경쾌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유자를 태수 씨의 장례식장에 데려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태수 씨에게 꼭 그래야 하느냐고 묻자 태수 씨는 꼭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꼭 훼방 놓고야마는 사람이잖아."


예소연 작가의 글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세대간의 갈등, 사회의 몰이해 속에서도 끝끝내 사랑과 유머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소설의 결말에서는 그렇다.) 따라서 소설을 읽으며 아빠를 떠올린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개와 혁명‘을 내가 아는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었지만 그 중에서도 1번은 단연코 아빠였다. 아빠와 함께 했던 그 모든 날 동안 내가 배웠던 가장 큰 것은, 예소연 작가가 그랬듯, 다름 아닌 사랑과 유머였기 때문에.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 덕분에 소설을 읽는 재미를 다시금 깨달았다. 보물 같은 작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기뻐하고, 그가 창작한 세계에서 내 삶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일. 대상을 수상한 예소연 작가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김기태 작가의 ’일렉트릭 픽션‘ 역시 좋았고, 얼마 전 강의를 듣고 더 마음이 가게 된 문지혁 작가의 ’허리케인 나이트‘도 훌륭했다. 새롭게 발견한 ’리틀 프라이드‘의 서장원 작가는 요즘 세대에 대한 발군의 통찰력을 발휘하여 그것에 놀랐다. 생각난 김에 서장원 작가와 예소연 작가의 소설집을 사서 읽어야겠다.


이번 해에 읽은 책들 중에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작품집이었다. 아마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인데도 문학동네에서 진행하는 젊은작가상 작품집을 읽은 것처럼 신선했다.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찾아보니 서장원 작가의 ‘리틀 프라이드’는 두 책 모두 수록되어 있다.) 역시 생각난 김에 젊은작가상 작품집도 주문해야겠다. 다시금 소설 읽기의 기쁨을 발견하게 해준 작가들과 출판사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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