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살림하기

6월 13일

by 너랑

삼겹살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았다. 냄새가 어찌나 떠나지 않는지 3일을 매일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수능 금지곡들이 환청처럼 귓가를 맴도는 것처럼, 이것이 환후인지 실제로 냄새가 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기냄새에 시달렸다. 친구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했다. 프랑스집은 고기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 것 같다고 프랑스 탓을 좀 하면서. 혼자 살기의 만렙인 친구가 “몰랐어? 삼겹살은 원래 냄새가 잘 안 빠져.”라고 말했다. 그녀와 한참을 통화하다가 나는 발견해 버렸다. 가스레인지 위의 환풍기의 존재를. 귀신이라도 본 듯 친구에게 “화… 환풍기가 있었네? 저거 켜야 돼?” 했다. 그녀는 나보다 더 경악했다. “아니, 삼겹살을 굽는데 환풍기도 안 켰어?”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인 것처럼 이 방은 삼면이 거울로 둘러싸여 있다. 거울은 쉽게 더러워지기 마련인데도, 집주인이 열심히 관리해 놓은 덕인지 유리는 얼룩하나 없이 번쩍번쩍 빛이 났다. 집주인의 노고를 생각하며, 거울을 빛나게 해주고 싶어서 걸레로 한 번 닦았는데... 사달이 나버렸다. 유리가 더욱 얼룩덜룩해진 것이다. 당혹감에 유튜브를 검색했다. 어떤 사람들은 린스를 사용해서 닦으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주방용 세제를 사용해서 닦으라고도 했다. 그래. 이 방법이구나. 무작정 걸레로 닦았던 것을 반성하며 주방용 세제를 묻히고 한번 더 닦아보았다. 와우. 주방용 세제로 닦았더니 거울의 상태는 더욱 처참해졌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유튜브를 계속 검색했다. 아무래도 이케아에 가서 거울 닦이용 스퀴지를 사야 할 것 같았다. 유튜버들이 모두 그걸로 거울을 닦고 있었다.


자포자기하며 걸레를 정리하다가 여러 가지 세제가 모여있는 서랍 속에서 나는... 엄청난 것을 찾았다. 유리 닦기용 세제와 유리 닦는 걸레. 그 환상의 듀오가 그간의 마음고생을 치료해 주었다. 거울은 허무할 정도로 잘 닦여서 세수를 마친 사람처럼 빛이 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집안일 역시 아이템빨이구나.


초보 살림꾼에게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요리다. 도저히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물론 간단한 것들은 해 먹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크램블드 에그 같은 것 말이다. 요리가 그냥 커피리면 재료 관리는 티오피다. 어제는 지난주에 욕심이 나서 샀던 많은 야채들이 다 썩어서 결국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했다. 이상하게도 야채들은 항상 남고 야속할 정도로 빨리 상한다. 유튜브를 보니 파비앙 씨는 올드보이처럼 10년째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식재료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였다. 역시 유튜브에서는 많은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한 번은 냉장고가 고장 나서 냉장실에 있던 것들이 몽땅 얼어버렸다. 안에 있던 계란을 포함해서. 태어나서 아이스 계란은 또 처음 보았다. 계란프라이를 하려고 내려치는데 계란이 돌덩이같이 단단했다. 그뿐이 아니다. 안에 있던 모차렐라 치즈며 과카몰리까지 꽁꽁 얼었다. 얼었던 것을 해동시키니, 물이 뚝뚝 떨어져 비위가 상했다. 건강을 생각하면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무척이나 마음이 쓰리지만 그것도 다 버려야 했다.


하지만 살림도 얼렁뚱땅 조금씩 늘고 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게 그 증거다. 오늘은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며 스파게티면과 소스를 사보았다.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고 식재료도 잘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가져보았다. 하지만 해먹는 것보다 맥도널드에 가서 세트메뉴를 사 먹는 것이 더 싼 것 같기도 하다. 불 앞에 서있어야 하는 노고도, 식재료 관리의 스트레스도 없으니 말이다. 프랑스에 와서 미국인들이 왜 뚱뚱해지는지를 깨닫게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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