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잠시 머무는 곳

7월 30일

by 너랑

몇 해전, 독일에서 한 달간 독일어 공부를 했었다. 독일어 학원의 분위기는 상당히 진지했다. 그들은 독일에서 정착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어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독일에서 일하게 된 필리핀 간호사, 독일인 남편을 따라서 독일에서 살게 된 페루 여성, 독일로 이민온 터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면, 지금 파리의 어학원은 누구도 절박하게 프랑스에서 살고자 하지 않는다. 학원은 프랑스에 로망을 가지고 온 미국인들, 방학을 맞은 유럽의 고등학생들, 갭이어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 학생들로 가득 차있다. 한마디로 파리는, 최종 목적지라기보다는 거쳐가는 곳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어학원에서는 거의 매주 이별이 있다. 어학원에서 사귄 사람들 중 대부분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렸다. 이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매일 함께 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시라진다는 것은 역시 슬픈 일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이별에 담담했다. 당장 내일부터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방과 후 시간을 언제나 함께했던 체코 소년 마티가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덴마크 소녀 소피, 미국인 알리, 스위스 소녀 쥘에 이어 마지막이었다. 불과 한 달 동안 알던 사이임에도 상실감이 몰려왔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쥘은 떠나는 날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년에 함께 덴마크에 가서 소피를 만나고, 프라하에 가서 마티를 만나고, 다들 자기 나라인 스위스로 놀러 오겠느냐고 물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져 왔다.


우리가 진짜 내년에 만날 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와 만날 때, 거리는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사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도, 만나기 싫은 모임은 피하게 되니 말이다. 마음이 있다면 어찌 됐든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버거운 이별들을 겪으며, 우리의 소박한 기대가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보았다.


물론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남 자체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존재조차 알 수 없던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인생에 점 하나를 찍는 것 자체로 귀하고 운명적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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