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문

8월 9일

by 너랑


첫 직장에서 함께 일을 시작했던 동기가 파리에 왔다. 원래 만나기로 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언니의 여행 일정이 나의 파리 체류 일정과 맞아서 함께할 수 있었다. 언니는 동기였지만, 당시에도 나와는 비교가 안되게 성숙한 사람이었다. 내가 첫 해에 매일 울고 불고 직장을 다닐 때, 언니는 항상 의연한 모습이었다. 나약한 나와는 다른 모습의 언니가 얼마나 멋지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언니는 십 년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서로를 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우리를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 중반으로 옮겨 놓았다.


파리는 웬일인지 가을날씨였다. 하지만 나는 가을 옷이 없어, 계절감 없이 민소매 차림이었다. 언니는 본인의 숙소에서 가장 두꺼운 옷을 찾아 나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두 번째로 두꺼운 옷을 꺼내 입었다.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언니의 겉옷을 입은 몸처럼 마음 한편도 따스해졌다.



둘이 함께 생마르탱 운하 옆 술집에 앉았다. 이십 대를 함께 했던 사이이기에 할 이야기가 많았다.


옛날이야기를 하다 보니, 둘 다 자꾸 과거의 후회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것이다. 나는 2년 차일 때 이미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은 근무 조건이 더 열악해졌고 그로 인해서 병까지 얻었다. 당시에는 이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너무나 많게 느껴져,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두려웠다.


언니는 그때 만났던 사랑했던 사람을 잡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때는 그 감정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자주 오지 않는 감정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어릴 때는 모르는 걸까. 그때는 기회가 기회인 줄도 몰랐고, 사랑이 사랑인 줄도 몰랐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정말 어렸구나,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후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을 돌릴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다.


앞으로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언니도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자신의 판단을 믿고 놓치지 않기로 했다.


후회로 얼룩진 과거 속에 매몰되어 있지 말자. 다음에는 이런 회한을 가슴에 맺히게 만들지 말자. 우리는 일렁이는 물속에 비친 황금색 불빛을 보며 서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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