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곳에 여행 가는 것이 좋은 이유

치앙마이 요가원 등록하기

by 너랑



언제부터인지 가보았던 곳으로만 여행을 가게 된다. 나를 거울처럼 비춰줄 우유니 사막과 별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몽골 등 미지의 땅에서의 여행에 아예 로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새부턴가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찾아가는 것이 귀찮아졌다. 계획형의 인간이지만 왜 이렇게 여행계획은 짜는 것이 괴로운지 모르겠다. 이미 일상에 치여 정신이 없는데 짬을 내어서 계획을 짜고 알아봐야 한다니… 휴식이 되어야 할 여행이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과거의 내가 미리 수고하여 구글 맵에 잔뜩 표시해 둔 곳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가. 또 이미 어느 정도의 재미와 편안함이 보장된 곳은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가. 더 도시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가기 싫은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워서다. 돌이켜보면 여행을 갈 때마다 수없이 많은 성당, 절 등 잘 알려진 관광지에 의무감에 다녔었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몇 군데 없다. 입장료와 긴 줄에서 기다리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 것은 자주 다녔던 카페, 요가 학원, 그리고 자주 눈물로 기도드렸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의 등 뒤인 것이다. 물론 서울에서의 일상도 한껏 소중하게 가꾼 것이긴 하다. 하지만 삶 속에서 자꾸만 내가 만들어 놓은 일상의 노예가 되어버리곤 한다. 퇴근 후에 꼭 해야 하는 일들, 주기적으로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 다 행복하자고 하는 것들임에도 모든 것이 숙제 같기도 하고 지겹게도 느껴진다. 그럴 땐 짐을 싸는 것이다.


새로운 요가학원에 갔다. 한국에서 요가학원들을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스트레칭 위주여서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몇 개월 다니다가 그만 둔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치앙마이에 올 때마다 요가를 하게 된다. 물론 이곳에서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고 있으므로 건강관리 차원의 이유도 있긴 하다. 사람들이 나를 또 빅(big)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의 요가 수업이 재밌기 때문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요가 수업이 많아서 진입장벽도 낮은 데다가, 수업도 깊이 있어서 요가의 재미를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


나에게 요가의 매력이라고 하면 평소에 하지 않는 이상하고 불편한 자세들을 하면서 나름의 쾌감과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큰 매력은 요가수업의 연출이다. 조금 극적이라고나 할까? 몸을 풀기 시작할 때 새소리가 나는 배경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창 밖을 내다보지만 사실은 선생님의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다. 그럼에도 마치 자연 속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요기니가 된 기분이 든다. 코에 와닿는 아로마 인센스 스틱의 향기는 신비로움을 더한다. 청각과 후각의 자극으로 더욱더 명상하는 마음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선생님은 요가 끝에 맨 마지막에 누워있는 자세를 취할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불을 꺼준다. 어두움 속에 누워있노라면 이곳이 요가 학원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사지를 펼치고 누워 그 고요 속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요가를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요가의 꽃은 사바 아사나(송장 자세)다. 거의 사바 아사나만을 기다리며 요가를 한다. 사바 아사나는 말 그대로 시체처럼 누운 자세이다. 죽을 듯한 아사나(수행) 끝에 사바아사나. 고통스러운 삶 끝에 죽음. 요가는 우리의 삶과 꽤나 닮아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사바 아사나 자세로 누워있노라면 평소보다 푹 쉬게 된다.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사바 아사나는 안타깝게도 5분 남짓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뜰 때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두통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 5분이 주는 효과가 꽤나 드라마틱하다.


이렇게 소중한 사바아사나 끝에 5회짜리 쿠폰을 끊었다. 벌써 이 주가 이렇게 흘러간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치앙마이에서의 행복한 사바아사나가 끝난 후엔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아사나를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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