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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26. 2020

너는 왜 거기 있냐는 질문을 받으며

월간 옥이네 2019년 8월호 여는 글

 ‘동네에 있어서 뭐 하려고. 당연히 서울로 가야지.’

 어렸을 땐, 그런 생각이 내 토대를 ‘배신’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나고 자란 땅을 등지고 서울로, 중앙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요. 너무 극단적인 표현인가요?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났고, 고향에 남았더라도 지역사회와는 유리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서울로 가라’던 어른들이 바라던 게 이런 건 아니었을 겁니다.
 ‘지역을 떠난 삶’이 배신이라는 게 아닙니다. 지역의 삶을 패배자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모든 말이, 나를 기른 모든 것에 대한 배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고향을 떠나왔지만, 운 좋게도 ‘지역’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일을 옥천에서 9년이나 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절망과 환멸을 느끼면서도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건 이곳에 결국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더 잘하지도, 더 잘나지도 않지만, 지역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요.
 이제는 ‘지역 문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월간 옥이네’와 함께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아주 작은 것일지언정 이 발걸음이 지역에 사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지역을 궁금해할 때, 지역을 지루해할 때,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월간 옥이네’를 집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월간 옥이네가 두 돌을 넘겼습니다. 옥이네의 태동부터 지켜봤던 저에게 이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영광이자 큰 짐입니다. 지난 2년간 월간 옥이네를 구독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곳에서 여러분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후원과 응원 덕입니다.
 이제 3년 차에 접어든 월간 옥이네는 올 하반기부터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려 준비 중입니다. 편집 디자인은 물론 콘텐츠에서도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고견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조언이나 충고, 아낌없이 전해주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너는 왜 아직도 옥천에 있어?’ ‘그래서 서울엔 언제 올 거야?’
 이런 질문에 ‘월간 옥이네’를 건네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지역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음을. 그래서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소하거나 지루한 것만은 아님을. 
 누군가의 질문에 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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