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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26. 2020

그러는 사이 지구는 이만큼 뜨거워졌고

월간 옥이네 2019년 10월호 여는 글

한창 10월호 마감이 진행되던 때는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낭만적인 가을비였다면 좋았을 텐데, 제18호 태풍 ‘미탁’이었습니다.


미탁은 갔지만 그 영향은 아직 한반도에 머물러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10월 6일, 미탁에 실종된 60대 남성이 발견됐다는 소식과 함께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습니다. 실종자 2명까지 합하면 인명피해는 총 15명입니다. 집을 잃은 이들도 910세대 1천442명에 달합니다.


미탁 소멸 사흘 만에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소식도 들립니다. 하기비스까지 한반도에 상륙하게 된다면, 올 들어 여덟 번째,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를 찾은 셈이 됩니다.


가을 태풍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한창 놀러 다니기 좋은 계절에 비바람이 원망스러우신가요? ‘가을 태풍’을 검색어로 기사를 찾아보니 실제로 이런 내용의 기사도 나오네요. ‘잇따른 가을 태풍…관광업 울상’. 관련기사엔 ‘제발 일본으로 가라’는 댓글이 쇄도합니다. 


가을 태풍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지구 온난화의 대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지구 온도가 1도 오른 사이 한반도는 거의 매년 가을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 이재민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고 각종 재산피해를 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를 ‘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아직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고기를 좋아하고 자가용을 끌고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지난여름엔 뜨거운 태양이 싫어 에어컨을 튼 실내로, 차 안으로 도망 다녔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구는 이만큼 뜨거워졌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이 상태대로라면) 더 뜨거워질 것입니다. 북극곰의 위기가 곧 저의 위기가 되겠지요.


월간 옥이네 10월호는, 그래서 ‘기후위기’를 이야기 합니다. 고작 몇 장의 지면에 담기에는 방대한, 심각한 문제라서 앞으로도 월간 옥이네의 주요한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문제를 던지는 것 뿐 아니라 일상 속 실천 방법을 함께 고민할 자리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언제든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막막하고 답답한 자료를 뒤적이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그래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멀리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그렇고, 9월 21일 서울에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펼친 5천명의 시민들이 그렇습니다. 가깝게는 옆 동네 추풍령중학교 학생들이 그렇고, 이런 활동을 지지하는 동네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희망은 오직 행동하는 이들의 것입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9월 23일 옥천여성영화제 상영작 영화 ‘김복동’을 통해 만난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는 ‘나는 희망을 잡고 산다’고 했습니다. 열여섯의 기후위기 행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김복동과 그레타 툰베리의 말은, 결국 같습니다. 두 사람 다 나서서 싸우며 희망을 만들어간 사람들이니까요. 


“일단 행동을 시작한다면, 희망은 어디든 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로 10월호 여는 글을 마칩니다. 이것이 우리 행동과 희망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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