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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찾아

월간 옥이네 2020년 5월호(VOL.35) 여는 글

5월로 들어서자마자 ‘무더위’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방하지 않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4월 말까지만 해도 꽃샘추위에 이불 안이 더없이 포근하고 따뜻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최고 기온 30도를 밑도는 날씨를 만나게 되다니. 역대 가장 따뜻했다는 올해 1월에 이어 벌써부터 찾아온 더위에 이번 여름도 쉽지는 않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코로나19로 여전히 갑갑한 생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른 나라처럼 지역사회 폐쇄나 이동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 없이 이 정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전에 없던 바이러스의 등장에 오래된 숙제들,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이 계속 묻히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고요.     


월간 옥이네 5월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방역과 위생이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증가하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것은 물론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이 다시 등장한 것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사용된 일회용 비닐장갑이 5만장 이상, 차곡차곡 쌓으면 63빌딩 7개 높이(1천716m)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있었죠.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도 늘어 일회용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옥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재활용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 증가도 그 자체로 문제지만, 이렇게 쓰고 버려진 일회용품이 제대로 재활용되기 어렵다는 현실이 사실 더 큰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나 책 등을 통해 충분히 접하셨을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폐기물 분리수거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2~3위를 오가는 수준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분리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은 절반도 채 재활용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정확한 조사와 수치는 없지만, 전국적으로 30% 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추정이고요. 옥천군 역시 40%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나머지 재활용 폐기물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 혹은 제3세계로 수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영역일 것입니다.     


물론 요즘 같은 때에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예방과 생태계 보호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만큼, 당장 우리 미래를 바꾸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선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주변에는 미래를 위해 약간의 불편 혹은 수고를 감수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호 특집 인터뷰에서 소개한 옥천 주민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책배달, 지역 청소년을 위해 ‘맡겨둔 커피’를 시작한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와 카페들, 장애인 투표권 문제를 돌아보게 한 이수찬 씨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조금 멀리 있지만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들과 뗄 수 없는 외침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사회적 의미를 담은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어라우드랩 김보은 씨 등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미래를 바꿔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숨 막히는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갑갑한 마스크에 짓눌리기 전에,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5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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