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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지역’이 곧 ‘대안’이 되는 길

월간 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여는 글

대안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중학생 때,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공교육의 대척점으로 소개되던 대안학교를 보며 ‘저기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싼 학비’라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막연한 꿈은 좌절됐지만요. 미련이 남지는 않습니다. 대신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한국사회 보통의 청소년이 겪는 과정(거기엔 차별과 억압도 있었지만)을 지나온 게 지금의 저에게는 더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예컨대 학교 부적응이나 자퇴, 학교 폭력 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대안학교입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와 부모,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교육의 ‘미래’가 되어보자는 취지이죠. 이런 대안학교가 현재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교육 형태, 대표적으로는 ‘혁신학교(충북의 경우 행복씨앗학교)’ 같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전문가도 아니면서 대안교육 이야기를 잠시 늘어놨습니다. 월간 옥이네 이번호 특집 주제가 ‘작은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학교와 대안교육이 무슨 연관이 있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짧은 시간 작은 학교를 돌아본 소회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교육 당국이 이야기 하는(동시에 작은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며 말하는) ‘적정규모 학교’가 바로 이곳에 있구나, 코로나19 시대 공교육의 대안을 여기서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요.     


코로나19로 반년가량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텅 빈 학교의 적막이 이제는 당연해질 지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도시 사람(옥천에서도 도시화된 읍에 사는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었을까요? 면 지역 작은 학교로 눈을 돌리니, 그곳의 운동장과 복도, 교실은 어린이들의 웃음이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현장 취재가 어려운 학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월간 옥이네를 믿고 철저한 방역 수칙에 따라 취재를 허락해주신 안남초, 안내초, 안내중학교 관계자 여러분께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더불어 작은 학교 취재를 하며 만난 지역 주민들, 작은 학교와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한 9월이었습니다.     


이번호 월간 옥이네에서 또 하나 주목해주시길 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청소년 기본소득 관련 기사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지역에 사는 즐거움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의 출발이었습니다. 옥천의 많은 청소년이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주로 세상을 접하는 창인 주류 미디어가 대부분 서울을 향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 속엔 ‘공동체의 부재’ 혹은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를 만날 수 있는 장의 부족’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미약하나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마음, 청소년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모여 그 공백을 채운다면 좋겠습니다.     


세상살이, 무엇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다고 흔히들 말씀하시죠. 그래서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만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그리려는 이야기가 소중합니다. 쉽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지역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 월간 옥이네가 계속 그 이야기의 기록자로 남겠다고 다짐하며 10월호를 독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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